英서만 100명… 어린이 괴질 급속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5일 03시 00분


[코로나19 팬데믹]美-유럽 ‘중증 염증질환’ 공포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야”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인 불명의 아동 염증 증후군’에 걸린 뒤 회복한 8세의 제이든 하도워 군(가운데)이 12일 뉴욕소방국(FDNY) 응급구조대의 박수를 받으며 뉴욕 퀸스의 자택으로 돌아오고 있다. 13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뉴욕주 내에서 이 질환과 연관된 어린이 염증 질환 102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AP 뉴시스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야”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인 불명의 아동 염증 증후군’에 걸린 뒤 회복한 8세의 제이든 하도워 군(가운데)이 12일 뉴욕소방국(FDNY) 응급구조대의 박수를 받으며 뉴욕 퀸스의 자택으로 돌아오고 있다. 13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뉴욕주 내에서 이 질환과 연관된 어린이 염증 질환 102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AP 뉴시스
“처음에는 눈이 시뻘게지더니, 점점 알 수 없는 이상한 통증이 생겼어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레아 양(14)에게 일주일 전 나타난 증세다. 레아는 혈압마저 급격히 떨어지는 심부전 증세로 집 인근 아동병원의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병원 측은 “최근 아동들에게 유행하는 원인불명의 염증 증후군”이라고 진단 내렸다고 미 ABC뉴스는 전했다.

전 세계에서 고열과 발진 등을 동반한 중증 염증성 질환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 질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 어린이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런던의 어린이 8명에게서 원인 불명의 염증성 질환이 나타난 후 14일 현재까지 영국에서 100명이 넘는 아동이 관련 증세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환자들은 고열, 발진, 통증과 함께 배탈, 안구 충혈, 혈관염증 등이 생겼다. 주로 5세 미만 영유아의 피부와 점막에 급성염증을 발생시키는 ‘가와사키병’과 증세가 비슷했다. 심할 경우 심부전, 호흡곤란, 심장 등 주요 장기에 치명적 염증을 동반한 ‘독성쇼크’도 함께 나타났다. 이 질환에 걸린 아이 중 일부는 인공호흡 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고, 영국에서 14세 소년 1명이 13일(현지 시간) 사망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5개국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 어린이 환자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도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13일 주 보건 당국이 어린이 염증 질환 102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 환자들의 60%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나머지 40%는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뉴저지, 조지아 등 15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뉴욕주에는 지난주 5세, 7세 어린이와 18세 청소년이 이 질환으로 숨졌다.

이탈리아 의료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질환의 원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의 파파 조반니23병원 소속 연구팀이 2∼4월 해당 염증증후군 어린이 환자 10명을 분석한 결과 8명은 코로나19 항체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환자들은 평균 7세로, 혈소판 수와 백혈구가 감소하는 전형적인 코로나19 감염 증세를 보였다. 10명 중 5명은 독성 쇼크가 추가되는 등 기존 가와사키병보다 증세가 심각했다. 예전에는 가와사키병 혹은 유사 증세를 보인 어린이 환자가 3개월에 한 번꼴로 발생할 만큼 희소한 병이었지만 최근에는 6일에 한 번꼴로 나타나 발병률이 30배로 늘어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이 1000명 중 1명이 해당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로렌조 단티가 박사는 “각국 정부는 봉쇄령을 해제하려 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런던대 리즈 휘태커 연구팀도 이 질환이 △어린이들이 코로나19 감염 후 항체를 축적하는 면역 과정에서 유발되고 △5세 미만이 주로 걸리는 가와사키병과 달리 5∼16세에서도 발생하며 △지역 내 코로나19 정점 도달 후 3∼4주간 중점적으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코로나19 어린이 감염 사례는 국가별로 전체 확진자의 1∼2%에 불과했다. 그러나 새로운 질환이 코로나19와 관련이 깊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면서 ‘어린이는 코로나19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생각이 근원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해당 질환을 어떻게 정의하고 치료할지에 대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는 해당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14일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되거나 알려진 바는 없다. 주의 깊게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환자 중 혈전에 의한 합병증 자료를 취합해 검토해볼 계획이다. 김윤경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앞으로 국내외 추세를 지켜보며 코로나19와 연관 고리가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강동웅 기자
#코로나19#유럽#어린이 괴질#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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