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WHO 이어 WTO도 ‘흔들’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15일 13시 50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 총장이 임기를 1년 남겨두고 돌연 사임을 발표한 데 대해 미중 갈등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이어 WTO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14일 호베르토 아제베도(62) WTO 사무총장은 성명을 발표하고 “오는 8월 사임하겠다”면서“사임 이유는 개인적인 것이며 내년 WTO 이사회 개최 이전에 후임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지금 사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비난을 염두에 둔 듯 “WTO가 완벽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기구는 꼭 필요하다”면서 “적어도 무역에 관한 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었다”고 평가했다.

◇ 미국의 ‘비토’로 존립 위기 처한 WTO : 1995년 설립되어 25년간 다자간 무역협상과 국경간 무역분쟁 해결을 도왔던 WTO는 현재 존립 위기에 처해있다.

미국이 국제 무역분쟁에 대해 최종적으로 판결하는 WTO상소 기구의 위원 임명을 지난 2년여에 걸쳐 거부함으로써 지난해 말 사실상 이 기구의 핵심 기능을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7명이 정원인 WTO 상소위원은 그간 164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선임해야 하는데 트럼프 정부는 WTO의 미중 무역 판결들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임명에 동의하길 거부해왔다. 그래서 그간 최소인원인 3명이 최종심리를 해오다가 지난해 12월 2명의 임기마저 끝나 사실상 기구가 무력화된 것이다.

◇ 일본·EU도 중국 편향 비판해 사면초가 : 미국 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연합(EU)까지 중국의 영향력 증가를 억누르라는 요구에 합세해 WTO는 사실상 사면초가였다. 이들 국가들은 중국이 국내 산업에는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고 중국내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한을 가해왔다며 비난해왔다.

WTO가 중국편을 들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 공화당 의원들은 아제베도 총장의 사임 소식을 반겼다.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미주리주)은 WTO가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이자 장애물’이라고 표현해왔고 트위터에 “나가면서 (잊지말고) 불이나 끄라”는 그의 사임을 고소해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하지만 한 최근 연구는 WTO로부터 가장 혜택을 입은 나라는 미국과 중국, 독일 순서라고 밝혔다. 이들은 WTO 가입 후 각기 1년 국내총생산(GDP)이 870억달러(약 107조원), 860억달러, 660억달러 늘어났다.

◇ WHO도 미중 갈등에 위기 : 최근 미중간 갈등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 국제 기관인 WHO를 중심으로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지난달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알다시피 미국은 그들(WHO)에게 대략 연간 5억달러를 지원한다”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WHO 지원금과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지원금 삭감을 시사했다.

그는 WHO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펜데믹(대유행) 선언을 늦게 하는 등 중국편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WHO를 비판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WHO는 “미국이 지원금을 삭감한다면 더 많은 시신 가방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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