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 기업의 기술로 해외에서 제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웨이가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취득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겨냥해 수출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만 화웨이 공급이 제한됐지만, 이제는 해외 기업들도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휴대전화 제조 등에 필요한 반도체를 공급받기가 더 어려워지게 됐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와 관련해 “그동안의 규제에는 화웨이가 외국 생산업체들을 통해 미국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기술적 허점이 있었다. 이번 규칙 변경은 그런 허점을 고치기 위해 맞춤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전날에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행위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연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 기업들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 올릴 준비가 됐다고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같은 날 자국 정부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애플·퀄컴·시스코와 보잉 등을 겨냥해 중국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업들은 모두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이 매체는 중국 상무부가 지난해 5월 자국 기업들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외국 기업의 목록을 공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예고한 점을 언급했다.
이렇게 화웨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책임 공방으로 다시 촉발된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 또 놓이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이런 조치로 인해 미국 내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최대 국영투자그룹 에버브라이트증권의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KLA와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미국 업체의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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