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의 격화 속에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안정적 공급체인 확보를 강조해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대만의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립을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4일(현지 시간) 전했다.
TSMC는 2021∼2029년 약 12억 달러(약 1조4778억 원)를 투자하고 직원 약 1600명을 고용할 방침이다. 블룸버그 등은 애리조나에서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줄곧 미국 제조업 부흥을 강조해 왔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중국에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으로 옮기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이 첨단기술 및 주요 산업을 장악하려고 하는 가운데 성사된 이번 공장 설립은 미국의 경제 주권과 국가안보 강화는 물론이고 대만과의 관계도 증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TSMC의 결정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정부는 해외 기업이 미국산 장비로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 등에 수출할 때 승인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TSMC로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미 정부의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행정부가 인텔, 삼성 등도 미국 내 공장 규모를 확대할 것을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내심 미국의 압박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요청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극 호응하면 중국 쪽의 반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