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조사하던 감찰관 해고… 국방-복지부 이어 두달새 4명째
후임엔 펜스 측근 외교관 앉혀… 민주당 “불법적 보복 행위” 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 혹은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감찰관을 잇달아 경질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틈타 눈엣가시 같은 권력의 감시자들을 줄줄이 경질하는 것에 대해 언론과 야당에서는 “권력 감시를 무력화하는 보복 인사”라는 거센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 중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중국을 맹공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반대자들의 입을 틀어막음으로써 정치적인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국무부의 스티브 리닉 감찰관을 해고했다고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무부 감찰관을 해임하며 이는 앞으로 30일 이내에 효력을 발휘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그는 구체적인 경질 이유는 언급하지 않은 채 “감찰관은 정부 활동의 경제성과 효율성, 효과성을 증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절대적인 신뢰가 필요한데 이번 감찰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측근이자 해외 업무를 담당해온 외교관인 스티븐 아카드를 임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리닉 감찰관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비리 의혹을 조사 중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소속 인사에게 자신의 개인 업무를 시켰다’는 내용과 관련해 부적절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것.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인 2013년 임명된 리닉 감찰관은 지난해 10월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조사 당시 의회 조사관들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된 국무부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런 활동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 체제의 국무부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고 WP는 전했다. 이번 경질은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해 동의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리닉 감찰관의 해임은 두 달 새 4번째 감찰관 경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의회에 처음 보고한 마이클 앳킨슨 정보기관 감찰관을 해고했고, 이어 지난달 6일에는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관련 경기부양 자금을 감독하는 글렌 파인 국방부 감찰관, 이달 2일에는 현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 문제를 지적한 보건복지부의 크리스티 그림 수석 부감찰관을 경질했다.
펠로시 의장은 리닉 감찰관 경질에 대해 “미국인을 위해 감시 역할을 하는 애국적인 공직자를 향한 위험한 보복 행위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의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과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메넨데스 의원은 즉각 리닉 감찰관의 해임에 대한 공동 조사에 착수했다. 공화당에서도 밋 롬니 상원의원이 트위터에 “감찰관을 잇달아 경질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이는 신뢰할 만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헌법이 규정한 권력 균형의 분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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