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藥에서 먼저 터질 수도”…‘중국發 원료의약품 위협’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8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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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미중 갈등이 ‘약(藥)’에서 먼저 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파장이 큰 경제·군사 분야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약품 분야에서 갈등이 먼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18일 “미국은 인도에서 복제약 40%를 들여오는데, 인도는 원료의 68%를 중국에서 수입한다”며 “사실상 중국이 미국의 약품 공급망을 장악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부터 노력해도 약품 공급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는 ‘세계의 약국’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약을 생산한다. 특히 복제약은 전 세계 물량의 절반 정도를 만들고, 에이즈·말라리아 등 특정 질병의 약품은 거의 전량을 생산한다. 복제약을 만들기 위한 원료의약품(API)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이 원료 수출을 틀어막으면 미국 약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구조다.

4월 루푸스병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HCQ)’ 파동이 대표적 사례다. 인도에서 전 세계 물량의 70%를 생산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중국이 원료 수출을 중단했다. 이에 인도가 제품 수출을 금지하면서 미국 내 환자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중국발(發) 약품 위협’을 깨달은 미국은 최근 원료의약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선에 불과하다. CNN은 “미국이 과거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10년 이상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원료의약품 공장 가동을 중지시켜 전 세계 약품 공급에 큰 파장이 일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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