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제기된 비위 의혹과 관련해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며 그를 감싸는 발언을 내놨다. 폼페이오 장관을 방어해주는 과정에서 그의 막중한 임무를 거론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까지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공직자에게 개 산책과 세탁물 찾아오기, 가족식사 예약 등을 시킨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면서도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웨스트포인트를 1등으로 졸업한 똑똑한 사람이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며 그의 학식을 추켜세웠다.
그는 이어 “아마도 그(폼페이오 장관)는 김정은과 핵무기에 대해 협상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며 “시간이 없으니까 ‘개 산책을 시켜주시겠어요? 나는 김정은 혹은 시진핑과 이야기 중이니 개 산책 좀 시켜주세요’라고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나라가 갈 길이 먼데 우선순위가 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비위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공개적으로 불거졌다. 현지 언론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개 산책을 비롯한 개인적 용무와 심부름을 국무부 공직자에게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리닉 감찰관이 조사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를 알게 된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해임을 요청해 승인을 받아냈다는 것.
의회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를 문제삼고 나서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궁지에 몰린 상태다. 향후 대선까지 노리고 있는 그에게 정치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인적인 심부름 등의 비위 의혹 외에도 그가 지난해 의회 승인 없이 사우디아라비아에 81억 달러(약 9조9200억 원) 규모의 무기 수출 강행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리닉 감찰관이 나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지 몰랐다”며 “정치적 보복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리닉 감찰관에 대한 해고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가 하는 일이 국무부의 임무를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리닉처럼 정치적으로 임명된 인사를 해고하는 데 이유가 필요없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개인적 심부름을 시켰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근거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피해갔다.
WP에 따르면 리닉 감찰관의 보고서는 국무부 내에서 몇 차례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해 그는 국제기구국 직원들이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충성심’을 보이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 국무부의 리더십 남용과 보복을 기술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란과의 핵협상에 참여한 ‘늘공’ 인사의 정치적 충성심을 문제 삼아 ‘어공’이 그를 ¤아내려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문제들을 지적해온 리닉 감찰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따라온 충성파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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