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기를 시작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방식 통일을 정면 거부하면서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 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할 뜻을 밝혔다.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비대칭 전력(戰力) 발전도 공언했고,
중국은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며 반발했다. 차이 총통이 반중친미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양안관계가 얼어붙는 것은 물론 미중 간 갈등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됐다.
올해 1월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한 차이 총통은 20일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린 취임 연설에서 “베이징(北京) 당국이 일국양제로 대만을 왜소화하고 (대만이 사실상 독립된 주권을 누리고 있는) 대만해협의 현상을 파괴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안관계가 역사의 전환점에 있어 양측 모두 장기적으로 함께 지내는 길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시 주석에게 ‘책임 있는 자세’와 ‘대등한 대화’를 요구했다.
특히 차이 총통은 “기동, 반격, 비전통의 비대칭 전력에 역점을 두고 발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칭 전력은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이 가능한 무기를 포함한다. 중국에 비해 군사력이 크게 열세인 차이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대량살상무기를 수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어 차이 총통은 “미국, 일본, 유럽 등 공통된 가치관을 가진 파트너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해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정에 실질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앞서 차이 총통에게 보낸 축사에서 “미국과 대만 간 동반자 관계가 계속 번성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미 국무장관이 대만 총통 취임에 축사를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고 강력한 반격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고 후과는 모두 미국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외부 세력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기도를 꺾을 충분한 능력이 있다”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갔다. 그는 19일 백악관 연설에서 “농부들은 중국의 표적이었다”며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수백억 달러의 관세를 거둬들여 2년 전 120억 달러, 지난해 160억 달러를 농부들에게 돌려줬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해 11월 대선에서 표심을 모으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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