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트럼프’ 보우소나루, 클로로퀸 부작용을 음모론 취급
“어머니 위해서도 한 박스 준비”… 전날 트럼프 이어 ‘위험한 홍보’
일각선 “코로나 초기대응 실패 후 여론 덮기 위해 치료제 효과 과장”
극우 성향, 막말 논란, 탄핵 위기, 보복성 인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사진)에 대해 현지 언론들이 꼽는 공통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대표적 지도자들로 꼽히면서도 ‘코로나의 위협이 과장됐다’고 큰소리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두 정상이 이번에는 코로나19의 치료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클로로퀸)을 두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약을 옹호하는 정치적 배경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미 식품의약국(FDA)이 보훈부 병원 입원 환자들의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클로로퀸의 부작용을 경고한 것에 대해 “잘못된(phony)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트럼프의 적’이 내는 성명”이라는 음모론을 펼쳤다. 워싱턴포스트는 “7명의 의사가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깎아내리기 위해 말라리아 약의 효능 연구 결과를 공모했다는 주장은 괴이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클로로퀸을 복용 중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훌륭한 평판을 갖고 있고 (코로나19로부터) 더 안전하게 해주는 약”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클로로퀸에 대한 위험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도 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나도 93세이신 어머니를 위해 한 박스 준비해 놨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위반하고 대규모 바비큐 파티를 추진하는 등 코로나19의 위협을 과소평가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브라질 정부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감염자를 대상으로 클로로퀸 사용을 확대하는 지침을 강행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갈등을 빚다 사임한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전 보건장관은 대통령이 경제 재개를 위해 클로로퀸 사용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법령에 의거해 보건을 다루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연방정부의 클로로퀸 사용 확대 지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이들의 클로로퀸 예찬론에는 정치적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대표적 국가로 꼽히는 상황에서 치료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여론의 비판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월드오미터 집계 기준으로 미국은 확진자 수가 157만 명을 넘어서며 압도적 전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확진자 수가 많은 것에 대해 “검사를 그만큼 많이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예의 배지(badge of honor)’”라고 자화자찬해 빈축을 샀다. 브라질도 27만 명을 돌파하면서 세계에서 4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19일 하루 동안 발생한 확진자 수는 미국 2만289명, 브라질 1만6517명으로 세계 1, 2위다.
정치적 궁지에 몰린 두 정상이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 감찰관을 전격 경질한 데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논란이 되는 약의 복용 사실을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