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자신의 비위 의혹을 조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을 전격 경질한 이후 추가 의혹들이 이어지며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의혹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2024년 대선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BC방송은 20일(현지 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외교와 무관한 정재계 인사들을 국무부로 초대해 정기적인 만찬 행사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취임 이후 20여 차례 진행된 이 만찬은 ‘매디슨 디너(Madison dinner)’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국무부의 주요 행사다. NBC방송이 초청된 인사 500명의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외교 관련 인사는 14% 에 불과했다. 정부 및 정계(30%), 재계(30%), 언론계(25%) 인사가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언론계 참석자 중 39%는 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 소속이었다.
국무부 내에서는 매디슨 만찬을 놓고 “폼페이오 장관의 정치적 야심에 따라 그의 후원자와 지지자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금이 쓰이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고 한다. 초청자 명단이나 만찬 준비 관련 정보들이 그의 부인인 수전 폼페이오의 개인 이메일로 전달된 사실도 드러났다. 국무부의 공식 직함이 없는 장관 부인이 부적절하게 관여한 정황들이 발견된 것.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국무부 인사에게 개 산책이나 세탁물 찾아오기 같은 개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갑질’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의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81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밀어붙였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내가 리닉 감찰관의 경질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며 “더 일찍 그렇게 했어야 한다”고 자기 방어에 나섰다. 또 “감찰관실에서 어떤 조사를 하고 있었는지 몰랐고, 모르는 내용에 대해 보복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보복인사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올해 초에 특정 조사 내용과 관련해 서면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내용(의혹)은 모두 메넨데즈 상원의원실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상원 민주당 외교위원회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후 추가 질문을 받지 않고 도망치듯 브리핑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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