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아들이 22일(현지시간) 부친을 죽인 살인범들을 용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가족이 용서할 경우 살인범은 사형을 면할 수 있다. 다만 카슈끄지의 터키인 약혼녀는 살인범을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2일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 등에 따르면 카슈끄지의 아들 살라 카슈끄지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순교자 자말 카슈끄지의 가족인 우리는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들을 용서한다고 발표한다”고 적었다. 그는 용서를 촉구하는 코란 구절을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슈끄지의 터키인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는 몇시간 후 자신의 트위터에 “살해를 지시하고 실행한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다”며 “아무도 살인자를 용서할 권리가 없다. 나와 다른 사람들은 카슈끄지를 위한 정의가 이뤄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우디 왕실에 반하는 칼럼을 써온 카슈끄지는 지난 2018년 10월2일 결혼 증명서를 발급 받고자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렀다가 사우디 정보기관원들에게 암살당했다.
사우디 법원은 지난해 12월 카슈끄지 암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11명 중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들에 대해서는 무죄 선고를 하거나 불기소 처분해 꼬리 자르기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살라를 포함한 카슈끄지의 4자녀는 왕실을 비판하지 않고 함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CNN은 카슈끄지의 유자녀가 돈과 사우디 왕실을 비판할 권리를 교환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이들은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으로부터 주택과 1회성 보상금, 연금 등을 받았다. 다만 사우디 정부는 이슬람 전통에 따른 구호 차원의 보상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반면 젠기즈는 미 하원에 출석해 약혼자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등 유자녀들과 엇갈린 길을 가고 있다. 그는 카슈끄지가 살해된 이후 사우디 정부로부터 어떤 보상이나 애도 표명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MEE는 살라의 트윗이 공식적인 용서에 해당하는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는 사형을 선고 받은 피고인이 희생자 가족에게 ‘핏값(blood money)’을 주고 합의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 CNN은 앞서 소식통을 인용해 카슈끄지 유가족이 받을 수 있는 핏값 규모를 2670만달러~5330만달러로 추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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