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충돌한 미국과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문제로 격돌하면서 미중 간 ‘신(新)냉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열려 향후 대규모 시위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美 “특별지위 재검토” vs 中 “내정간섭”
미 정부는 중국이 보안법 제정을 강행할 경우 ‘금융허브’인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92년 제정된 미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달리 관세 및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홍콩에 대해선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무역 거래에서의 차별 금지 등 최혜국 대우를 하는 내용도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제정한 ‘홍콩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따라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하고 특별 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특별 지위를 잃으면 홍콩은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 대우를 받게 돼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의 보복 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홍콩에 사업장을 둔 1300개 이상의 미 기업에 영향을 주며 기존 무비자에서 엄격한 중국 비자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렇게 되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중국 본토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케빈 해싯 미 백악관 경제선임보좌관은 22일(현지 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특별 지위를 잃으면) 아시아의 금융센터라는 홍콩의 위상은 끝나게 될 것”이라고 ‘자본 이탈’을 경고했다. 미 상원에서는 홍콩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단체를 제재하는 법안도 초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반격을 예고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중국 경제는 잠재력이 강하다”며 “정책적으로 쓸 수 있는 수단도 여전히 많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14억 인구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언급하며 미국의 압박에 대한 자신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안법은 잠시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다”며 “이 정치 바이러스는 중국을 공격하고 모독한다”고 주장했다.
○ 최루탄·물대포 등장한 홍콩
24일 홍콩 중심가인 코즈웨이베이 쇼핑지구에 모인 수천 명의 시위대는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天滅中共)’ 등의 팻말을 들고 “홍콩인이여, 복수하라” “홍콩 독립만이 살길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미국 성조기를 손에 들었고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쓴 사람도 있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면서 해산에 나서는 등 강경 대응했다. 중앙정부 홍콩주재 연락판공실 주변에는 장갑차까지 배치됐다. 홍콩 야당인 ‘피플파워’ 탐탁치(譚得志) 부주석 등 160∼170명이 체포됐다고 홍콩 밍(明)보가 전했다.
미국 내 초당적 ‘반(反)중국’ 기류 속에서 반중국 전선에 한국 등 동맹국의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간극이 커지고 상당수 아시아 국가가 미국과 중국 중 한쪽에 줄을 서도록 강요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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