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이면서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보안법은 쉽게 말해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모두 금지하는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보안법이 제정될 경우 지난해 시위에서 나온 반중 구호나 오성홍기를 찢는 행위 등은 30년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또 조슈아 웡 등 민주 인사의 선거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 상황을 알린 행보가 외세 개입으로 간주돼 출마 자격이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홍콩서 中 공안 활동…민주인사 피선거권 박탈: 홍콩 시민들이 반발하는 부분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보안법을 중국이 직접 제정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직접 홍콩 법안을 만든 것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처음이다. 야권은 이를 강행할 경우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군다나 중국 공안이 홍콩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허가해 홍콩이 사실상 중국의 일개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악시오스 등 외신들은 보안법에 대해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이 약속한 고도 자치권을 가장 심각하게 제약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법의 방점이 ’외세 간섭‘에 찍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안법이 제정돼 외부 세력이 홍콩 내정에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면, 민주화 운동가의 국제 로비 활동이 불법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웡은 이와 관련 “중국은 무력과 공포로 홍콩인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면서 “24일 집회는 악법 발표 전 더 큰 규모의 항의의 전주곡이다. 자유와 민주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긴 싸움을 예고했다.
◇ 中, 홍콩 기본법 부칙 3조 통해 직접 제정 : 보안법은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23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23조에는 국가 전복과 반란, 분리독립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에도 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시민 50만명이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이자 결국 법안을 보류했다.
이후 중국 정부의 압박이 이어졌으나, 반대 여론이 워낙 거센 탓에 강력하게 추진되진 못했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채로 17년이 흐르면서 중국 정부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여기에 지난해 홍콩 시위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을 넘어섰다고 보고, 직접 나서 보안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홍콩 기본법 18조를 활용했다. 이 조항은 일국양제에서 중국의 주권 영역인 외교, 국방 관련 중국 본토 법규를 기본법 부칙 3조에 추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전국인민대회(전인대·국회격)가 보안법을 제정한 후 부칙 3조에 삽입하면 홍콩 입법회(국회 격)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으로 제정할 수 있다.
◇ 보안법 9월 홍콩 입법회 선거 전 제정될 듯: 중국 전인대가 공개한 보안법 초안은 오는 28일 양회 폐막식에서 의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인대는 이후 결의안을 상임위원회에 회부해 법안 내용을 구체화하고, 6월 법안 작성 후 늦어도 8월까진 홍콩 입법회에서 승인·공포할 방침이다. 민주 진영의 압승이 예상되는 9월 홍콩 입법회 의원 선거 이후까지 끌고가면 법 제정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법 제정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공산당은 정치적 생존과 권력 장악을 위해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희생해 왔다”며 법을 반드시 제정할 것이라고 봤다.
중국은 지난 1989년 톈안먼 사태 때도 유혈 진압으로 외국인 투자 손실과 국제적 고립 등 상당한 대가를 치렀지만, 강경 대응이 국가 발전의 올바른 경로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점도 중국의 운신 폭을 넓하는 요인이다. 지난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였으나, 현재는 3.7% 수준이다. 이제는 홍콩 없이도 중국 경제 발전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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