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발명 128년 만에 사업 매각… LED 개발 이후 내리막길 걸어
WSJ “매각규모 3000억원 될듯”
제너럴일렉트릭(GE)이 128년 만에 ‘에디슨의 시대’와 작별했다.
1879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전구 실험에 성공했다. 1만여 번의 실험 끝에 탄생한 최초의 전구는 40시간 동안 빛났다. 이듬해 40시간은 1500시간으로 늘어났고 1892년 그는 자신의 회사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과 ‘톰슨-휴스턴 일렉트릭’을 합병했다. 거대 기업 GE의 모체다.
27일 래리 컬프 GE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전구사업을 스마트홈 회사인 서번트시스템에 최종 매각했다”며 “일부 사업 부문을 매각해 부채를 갚고 항공, 헬스케어, 전력, 재생에너지 등 4대 산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번트시스템은 앞으로도 전구사업에서 GE 브랜드명을 쓰는 것으로 장기계약을 맺었다. ‘GE=에디슨 전구’의 공식을 깨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구사업 매출은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GE에서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전구가 기업의 뿌리이자 성장의 일등공신이었기 때문이다. 1935년 최초의 메이저리그 야구 야간 경기에 전구를 제공했고, 시대를 풍미한 형광등(1938년)과 할로겐램프(1959년)를 발명했다. 그러나 전구를 대체할 LED가 개발되면서 전구사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기업의 상징인 전구를 포기한 것은 악화된 기업 실적을 더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때 세계 최대 제조업체로 성장했던 GE는 금융업 비중을 50%대까지 늘리는 등 사업을 다각도로 확장하다 2008년 금융위기에 치명타를 입었다. CNN은 “최근 몇 년 동안 수십억 달러의 산더미 같은 빚을 갚기 위해 일련의 사업체들을 매각해오던 GE 제국이 전구에도 안녕을 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매각 발표로 GE 주식은 7% 이상 상승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조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구사업이 약 2억5000만 달러(약 3099억 원)에 매각됐다고 보도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