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서 첫 명예살인 발생…모방 범죄 급증 우려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31일 16시 46분


이슬람 극단주의 확산 속 다른 가족들 자극 가능성

인도네시아에서 이달 초 16살 소녀에 대한 명예살인이 최초로 발생한 이후 인권 운동가들 사이에 이를 흉내낸 모방범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명예살인은 중동이나 남아시아에서는 종종 발생해 왔지만 다양성을 인정하고 온건 이슬람을 표방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인권 운동가들은 특히 종교적 극단주의 물결이 거세지는 가운데 최초의 명예살인 사건이 발생해 가문의 명예를 손상당했다고 느끼는 다른 가족들에게도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도록 자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남술라웨시 반타엥에 사는 로스미니 빈테 다르위스라는 16살의 소녀는 지난 5월9일 사촌 우스만의 방문을 받았는데 문제는 그녀가 우스만과 사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로스미니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들은 그녀의 큰 오빠 라만은 우스만에게 이를 따졌고 우스만이 부인하자 격분해 사촌 우스만을 때리기 시작했다.

우스만은 도주했고 라만은 로스미니의 또다른 오빠 수리안토와 함께 로스미니를 난도질해 살해했다.

로스미니의 죽음은 2억7000만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놀라게 했다. 유엔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약 5000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번이 첫 명예살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휴먼라이츠워치의 안드레아스 하소노는 인도네시아에서 보수적 이슬람 이념이 강화된 샤리아 율법이 증가하는 가운데 로스미니의 죽음이 다른 가족들을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 나드라툴 울라마 이슬람 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 아니 루파에다는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이 로스미니에 대한 명예살인을 비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방범죄가 급증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문화적 가치 때문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일을 하도록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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