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지사와 말다툼…“나약한 대응” vs “말 가려하라”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2일 0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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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사망 항의 시위' 논의하는 화상회의서 언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주지사들이 1일(현지시간) 미 전역으로 번진 흑인 사망 항의시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말다툼으로 얼굴만 붉혔다.

CNN, CNBC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지사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시위 사태에 관해 “당신이 장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한무리의 바보처럼 보일 것”이라며 “체포하고 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진압하지 못하면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10년간 감옥에 가둬야 한다. 그러면 다시는 이런 일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위는) 당신이 나약할 때만 성공적인데 당신들 대부분은 나약하다”고 덧붙였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이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이 사용하는 언사가 극히 우려스럽다. 선동적”이라며 “백악관에서 나오는 언행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정말로 고통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침착을 당부하고 합법적인 평화적 시위를 둘러싼 우려를 해소할 국가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알았다. 정말 고맙다 J.B.”라고 답하면서 “나도 당신의 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시위의 열기를 식힐 지원이나 리더십을 제공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들에게 진압하지 못하면 우리가 압도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휘트머 지사는 “대통령은 세대에 한번 일어날까말까한 글로벌 팬데믹(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면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하고 있는 주지사들을 반복적으로 악랄하게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케일리 매너내니 대변인은 주지사들의 비판에 대해 “거리 치안을 지키는 건 그들의 책임이다. 그들은 공권력이 있다”며 “꽤 분명하게 그들 중 많은 이가 임무를 해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미국에서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진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는 방화와 약탈, 폭력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강조하면서 일선 시장과 주지사들에게 강경 대응을 주문해 왔다. 그러나 그의 거친 언사가 오히려 폭력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런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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