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운을 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방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기꺼이 응하겠다’고 화답하면서 새로운 ‘G12 체제’가 구축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현재의 G7 체제가 G12로 확대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거센 풍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G12 체제는 코로나 이후 세계질서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라는 관측이 있다.
현재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한 G7 및 G20 정상회의는 모두 ‘위기’에서 탄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요국 정상이 모여 위기 상황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던 시도가 지금의 다자간 정상회의로 이어졌다.
◇‘석유파동’에서 태동한 G7…45년 뒤엔 ‘구닥다리’ 신세
G7 정상회의는 중동발 경제위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선진국 재무장관들의 비공식 회동에서 태동했다. 이들이 백악관에 모였던 1973~74년은 ‘제4차 중동전쟁’과 뒤이은 ‘1차 석유 파동’이 발생했던 시기다.
친목 성격이 짙었던 회의는 1975년 세계적 위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목적 아래 정상회담으로 재편됐다. 처음에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당시 서독)·이탈리아·일본 등 6개국으로 출발, 다음해 캐나다가 추가되면서 현재의 G7 형태가 됐다.
이후 45년째 연례적으로 회담을 하며 G7은 서구 강대국 주도의 질서를 구축하고 국제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G7은 강대국 협의체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회원국 이름은 화려하지만 국제 문제에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 못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등 신흥국이 부상하면서 그 역할도 축소된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이후 G7 체제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무역·환경 주제 등을 놓고 미국이 이견을 보이며 공동선언 발표도 매해 난항을 겪고 있다. 러시아(G7에 1997년 가입했지만 크림반도 강제병합 사건을 계기로 2014년 퇴출) 재합류 문제도 유럽 회원국과 입씨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의 G7을 ‘구닥다리’(outdated)라 부르면서 G12 체제로 재편하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호주, 인도 등 동맹국을 합류시켜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다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G20 다음 타자 G12…‘코로나 뉴노멀’ 주도할까
위기 뒤에는 확대가 있었다. 1990년대 말 동아시아 금융위기와 10여년 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G7 회원국과 12개 경제대국, 그리고 유럽연합(EU)을 더한 ‘G20 정상회의’가 주인공이다.
G20은 20개국 재무장관 회의로 1999년 출범했다. 2008년부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각국 정상이 참석하며 세계적 협의체로 자리매김했다.
G20엔 각국 대표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유럽중앙은행(ECV) 등 기구가 정기적으로 참여하며 금융위기 이후 ‘뉴노멀’(저성장·저금리) 시대를 협의해왔다.
G12는 G7, G20으로 이어지는 국제체제의 다음 타자로 지목된 모습이다. 구식이 된 G7을 확대하는 한편 참가국이 많아 통제하기 어려운 G20을 축소한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 목표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대(對)중국 압박이 핵심이다. 중국은 G7에는 빠졌지만 G20에는 포함됐다. 그러나 트럼프가 구상하는 G12에는 G2 강대국인 중국이 빠졌다. 이는 트럼프가 G12를 활성화시켜 중국을 견제하려는 뜻이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G12 체제가 탄생한다면 한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요 선진국 일원으로 ‘코로나 뉴노멀’을 주도할 기회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G12를 통해 본격적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동시에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는 선택을 강요받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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