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1일(현지 시간) 한국에서 북한 기업이 영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유엔 대북제재의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미 협상 교착 속에 비핵화 진전이 없는데도 한국 정부가 남북경협의 틀을 마련하는 입법에 나선 것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관련 내용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대해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른 의무를 지키고 유엔 제재를 충실하고도 강하게 이행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한다”고 답변했다. 국무부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남북경협 추진 방침을 밝힐 때마다 비핵화 진전과 보조(lockstep)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는 문장을 함께 달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표현 없이 곧바로 대북제재와 결의를 언급했다.
미국 내에서는 남북협력교류법이 개정돼 북한 기업이 한국에서 영리활동을 할 경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명시된 ‘북한과의 합작회사 설립 금지’ 등 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해외 투자나 자금 유치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핵개발 등에 들어간다고 보고 제재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법 개정을 통해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전선을 흔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행정부 당국자는 본보에 “국무부 북한팀을 중심으로 한국 정부의 남북경협 추진 움직임이 조금씩 본격화되어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인 것은 맞다”고 전했다. 다만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은 한국의 국내법 문제이고 아직 실제로 가시화되는 조치는 없다는 점에서 더 이상 덧붙일 말은 없다”고 했다.
한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이야기하다가 “제재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그게 북한이든 베네수엘라든 이란이든 완전한 집행이 이뤄지진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지난달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 교체 배경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은 자국은 물론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그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능력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한다”며 “다같이 당장이라도 싸울 준비를 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체된 장비가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에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톰 카라코 미사일사업 국장은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엇(PAC-3) 미사일과 사드 체계 통합 운용은 진작 이행됐어야 했다”며 사드 장비 교체가 증가하는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한 경계 강화 차원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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