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미 전역으로 확산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언급하며 “폭동과 약탈을 막기 위해 모든 연방자산과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초강경 대응이 시위대를 자극해 상황을 되레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전문적인 무정부주의자와 안티파(극좌파 단체)가 개입해 국내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이들을 막기 위해 수천 명의 중무장한 군인과 군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여러분은 상황을 제압(dominate)해야 한다. 그렇게 못하면 시간을 낭비하는 얼간이로 보일 것”이라고 지방정부의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연방군을 투입하면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이후 28년 만의 첫 사례가 된다. 백악관은 국방장관, 합참의장을 중심으로 이번 시위에 대응하는 중앙지휘본부도 설치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밤 수도 워싱턴 차이나타운에서 육군 소속 블랙호크(UH-60), 다목적 헬기인 라코타 헬기(UH-72)가 저공비행하며 시위대를 위협했다고 전했다. 블랙호크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투입됐던 공격용 헬기다. CNN은 노스캐롤라이나 포트브래그 기지에 있는 헌병대원 200~250명이 워싱턴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미네소타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은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씨의 사인이 ‘살인’이라는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시애틀에서는 경찰이 약탈 용의자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며 체포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퍼져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7일째 시위가 이어지면서 6개 주, 13개 도시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총 6만7000명의 방위군이 투입됐고 체포된 시위대는 4400명에 달한다. 최대도시 뉴욕은 이날 통금령을 내렸고, 워싱턴도 통금 시간을 기존 오후 11시에서 오후 7시로 대폭 앞당겼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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