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시위 진압을 위한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 발동에 반대를 표하며 정규군 투입을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에스퍼 장관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법 집행에 현역 군을 동원하는 건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 우린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거리두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백악관 고위 관리들이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고 CNN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트럼프와 오브라이언, 불쾌함 표시해” : CNN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 인사들이 에스퍼 장관의 이번 발언에 불쾌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각 주지사들에게 주 방위군을 파견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정규군을 투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소요사태 진압 목적으로 군 병력을 배치하려면 1807년 발효된 폭동진압법을 근거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발동된 건 1992년 흑인 로드니 킹 사건으로 촉발된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다.
그러나 이날 에스퍼 장관은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정규군의 본격적인 투입에 반대했다. 한 백악관 관리는 보좌진들 중 아무도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 “사진촬영 위해 시위해산, 그럴 줄 몰랐다” : 에스퍼 장관은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저녁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 교회까지 걸어가 기념 촬영을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최루탄으로 평화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해 비판을 받았다.
이 자리에 동행했던 에스퍼 장관은 “교회에 간다는 건 알았지만 사진 촬영을 할 줄은 몰랐다.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게 성공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변명했다.
또 자신이 시위가 한창인 길거리를 ‘전투공간’(battlespace)라고 표현했던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안에서 중요한 문제들로부터 주의를 분산하거나 군을 투입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다른 표현을 쓰겠다”고 말했다.
◇ 폼페이오에 밀리던 에스퍼, 더 궁지 몰릴 듯 : 이미 입지가 불안정하던 에스퍼 장관의 거취가 불분명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공화당의 한 고위 소식통은 CNN 인터뷰에서 “에스퍼 장관을 둘러싼 긴장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미 에스퍼 장관은 행정부 내에서 영향력이 없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사실상 지휘를 받고 있었다며 “의심의 여지없이 에스퍼 장관의 상황은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대통령선거까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백악관이 또다시 국방장관을 짐싸게 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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