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빠른 확산에도 봉쇄 없이 일상을 유지하며 ‘집단면역’을 시도한 스웨덴이 결국 실패를 인정했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에 따르면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중보건국 역학전문가는 이날 스웨덴 라디오에 출연해 ‘너무 많은 사람이 예상보다 일찍 사망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망자 수를 줄일 방법이 있다면, 향후에는 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텡넬은 또 “공중보건국은 코로나19가 노인요양시설에 이같이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노년층의 취약성을 알고 있었고, 감염 시 상당히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았다. 그러나 이 질병이 (노년층에) 이렇게 쉽게 전염될 줄도, 광범위하게 확산할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시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된다면 “우리는 스웨덴이 한 것과 다른 국가들이 한 것의 중간지점에서 행동하겠다”고 답했다.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취한 강력한 봉쇄조치와 스웨덴의 집단면역 조치를 적절히 융합한 방역 조치를 구상하겠다는 뜻이다.
CNN은 텡넬의 발언을 두고 ‘사실상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스웨덴 집단면역의 성공을 주장하던 텡넬의 이같은 발언은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같은 날 스웨덴 일간 다겐스 뉘헤테르와의 인터뷰, 기자회견 등에서 “여전히 우리의 전략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후회 섞인 발언을 남겼다.
집단면역이란 공동체의 60% 이상이 특정 질병에 감염된 뒤 회복하거나, 백신 등을 통해 면역력을 갖게 되면 공동체가 자체적으로 질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이론이다.
스웨덴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면역 전략을 도입, 봉쇄 없이 시민들이 자유로운 일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은 사회 약자층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스웨덴 코로나19 사망자 절반 이상이 요양원에서 나왔다. 한 보호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요양원에 있던 92세 아버지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의사의 진찰도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며 열악한 의료 상황을 전했다.
FT는 텡넬의 이날 발언은 이웃 국가인 노르웨이와 덴마크가 국경을 개방하면서 스웨덴에는 통제를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고 전했다. 스웨덴 온건당 소속 한스 발마크 의원은 “날이 갈수록 여론은 당국의 코로나19 검역 방식에 불만이 커졌다”며 “요양원의 높은 사망률, 대규모 검사 실패, 스웨덴의 국경 폐쇄 등으로 대중은 실망했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한 외교관은 “단기적으로는 스웨덴이 고립됐다고 말해도 될 수준”이라며 “대중은 주변 국가 등이 비판적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4일 오전 9시(한국시간) 기준 스웨덴의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2214명 늘어난 4만803명이다. 누적 사망자는 전날 대비 74명 증가한 4542명이다.
반면 인접 국가인 덴마크의 누적 확진자는 1만1771명, 누적 사망자는 580명이 불과하다. 노르웨이의 누적 확진자는 8447명, 누적 사망자는 237명이다.
칼 빌트 스웨덴 전 총리는 “우리 국민은 이곳이 다른 국가보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며 불안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정책은 곧 처벌로 돌아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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