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노렸던 한궈위, 가오슝 시장서 탄핵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8일 03시 00분


친중 국민당 인기 이끌었지만 반중정서 커지며 함께 몰락
시정 소홀 이유로 주민소환 당해

2년 전 대만 지방선거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당선됐던 친중 성향 한궈위(韓國瑜·62·사진) 가오슝(高雄) 시장이 6일 주민소환투표를 통해 시장직을 잃었다. 반중 성향인 집권 민진당의 20년 텃밭인 제2도시 가오슝시에서 당선된 뒤 올해 1월 대선에까지 도전했던 그는 대만 정치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시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1년 반 만에 물러나게 됐다.

대만 중양(中央)통신사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주민소환투표에 96만9259명(투표율 42.14%)이 참가해 유효 투표 96만4141명 가운데 97.4%에 달하는 93만9090명이 그의 탄핵에 찬성했다. 반대는 2만5051명(2.6%)에 그쳤다. 이는 1월 대선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압승했던 원동력인 2030 젊은층이 외지에서 돌아와 대거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주민소환투표법에 따르면 가오슝시 유권자 229만 명의 25%인 57만4996명 이상이 찬성하면 파면된다. 일주일 뒤 가오슝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결과를 확정 공고한 뒤 6개월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른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민당 입법위원회(국회) 위원을 지냈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한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념 대신 경제를 내세워 “가오슝을 다시 번영시키겠다”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성을 따서 ‘한류(韓流)’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의 인기를 업고 국민당은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 시장은 재선에 도전하는 차이 총통보다 지지율이 최대 두 배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홍콩의 반중 시위가 격화되고 이에 따라 반중 정서가 강해지면서 친중 후보로 인식된 한 시장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이번 소환 투표는 시민단체 ‘위케어 가오슝’이 “시장이 대선에 나가 시정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발의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만의 반중 정서가 한 시장 파면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가오슝시는 민진당의 근거지로 대만 독립 찬성률이 높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대만 지방선거#한궈위#가오슝 시장#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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