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목숨도 소중" 구호 이어 "예산 삭감" 등장
경찰 예산 비대…NYPD 예산, 약 7조2000억원
“경찰 예산 삭감하라(Defund the police)”가 조지 플로이드 사망 규탄 시위에서 새로운 구호로 등장했다. 시위가 미 전역에서 이어지면서, 보다 근본적인 개혁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될지 눈길이 쏠린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사회 운동가, 지역 지도자,선출직 고위 공무원들이 공공 안전 시스템을 대폭 개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위에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에 이어 경찰 예산 삭감하라“ 구호가 울려 퍼지고 있다.
시위대는 이 문구를 마스크에 써넣고 도시 벽에 스프레이로 적었다. 워싱턴 D.C.에서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플라자’로 이름이 바뀐 백악과 근처 16번가 도로에 노란색으로 커다랗게 이 문구가 쓰였다.
수도 워싱턴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이 경찰 규모를 축소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경찰 예산을 줄여 사회 프로그램 예산으로 돌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의회 의원 12명 중 9명이 미니애폴리스 경찰서 폐쇄에 찬성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서는 흑인 플로이드의 목을 9분 가까이 눌러 숨지게 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이 소속된 곳이다.
그간 미니애폴리스 경찰서는 인종차별적 가혹행위로 비판을 받아왔지만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에 시의회 차원에서 해체에 나선 것이다. 얼리샤 가자 BLM(Black Lives Matter) 공동 창립자는 이날 NBC 인터뷰에서 ”경찰 예산 삭감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말하는 건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자원에 투자해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주택, 교육에 대한 지원이다. 지나치게 감시받는 지역사회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이 증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루클린대 사회학 교수 앨릭스 비탈레는 20107년 저서 ‘경찰의 종말’에서 경찰의 권력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경찰의 활동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확대돼서 범죄와의 싸움뿐 아니라 노숙자, 정신이상자, 청소년 폭력 등을 다루는 도구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NPR인터뷰에서 ”누군가 스위치를 누르면 경찰이 사라지는 상황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경찰의 역할을 다시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무장 경찰이 현재 책임지고 있는 약물 과다 복용, 정신 이상자 및 노숙자 문제는 간호사나 사회복지사가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호응하는 움지임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경찰 예산을 최대 1억5000만달러 삭감해 2억5000만달러를 의료, 일자리 등에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반면 BLM의 LA 지도부는 더 많은 삭감과 ”완전한 변화“를 요구하면서 ”이 정도 최소한의 돈만 가지고는 물러날 수 없다“고 밝혔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변화에 대한 요구에 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뉴욕경찰(NYPD)의 예산을 사회 복지 서비스로 이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PD 예산은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 규모다.
NYT는 예산 이동은 선출직 관리들이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 중 하나라고 전했다.
경찰 조직은 최근 강성 경찰노조 덕에 서로 감싸주기를 하며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위행위로 해고된 경찰들이 종종 복직될 정도로 경찰노조는 강력하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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