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휴가 가세요”…차이잉원, ‘대만 코로나 영웅’에 부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8일 22시 54분


“제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세요. 부탁입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7일 페이스북으로 한국의 보건복지부 장관 격인 천스중(陳時中·68) 위생복리부장의 휴가를 독촉해 화제다. ‘철의 장관(Iron Minister)’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워커홀릭인 천 부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격무에 시달릴까 염려한 것이다. ‘중앙전염병지휘센터 지휘관’을 겸직하고 있는 천 부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지휘관’이라고 쓴 조끼를 입고 현장을 누벼 이 별명을 얻었다.

차이 총통은 이날 “8주 연속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어 새로운 생활 방역체계로 전환한다. 위생복리부 ‘아중(阿中)’ 부장과 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상대방 이름에 ‘아(阿)’를 붙이는 것은 친근함의 표현이다.

치과의사 출신의 천 부장은 2017년 2월 취임했다. 천재 해커 출신으로 유명한 오드리 탕 디지털 정무위원(39), 지난달 퇴임한 방역학 박사 출신의 천젠런(陳建仁·69) 전 부총통 등과 함께 대만을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대만은 인구 약 2400만 명 중 85만 명이 중국에 거주하고 전체 수출의 30%를 중국에 의존할 만큼 대중(對中) 경제의존도가 높지만 올해 1월 선제적으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특히 2월에는 마스크 실명제 및 홀짝 구입제, 마스크 수출 금지 등을 시행했다. 그 결과 8일 기준 대만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443명, 7명에 그쳤다. 주무 장관인 천 부장의 빠르고 결단력 있는 조치가 방역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가 늘 강인한 모습만 보이는 것도 아니다. 천 부장은 2월 4일 전세기를 이용해 중국 최대 코로나19 피해지역인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대만 국민을 탈출시킨 결과를 설명하며 “아직 남겨진 국민이 있다. 이들이 귀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 덕분인지 지난달 초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93.9%에 달해 차이 총통(74.5%)을 능가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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