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경찰 예산을 삭감하라(defund the police)’라는 요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바이든 전 부통령의 선거 캠프가 8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앤드류 베이츠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몇달 전 형사사법 제안이 그랬듯이, 바이든 부통령은 경찰 예산이 삭감돼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 극좌파와 선긋는 바이든 = 베이츠 대변인은 “그는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비통함과 좌절감을 듣고 공유하고 있으며, 정의가 이뤄지고 이 끔찍한 고통을 멈추게 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며 “바이든은 경찰이 치안유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립학교와 여름 프로그램 그리고 치안유지 자금지원과 별개의 정신건강과 약물남용 치료 자금 지원 등 긴급한 개혁 필요성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예산을 삭감하라’는 구호는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에 의해 사망한 뒤 촉발된 항의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시위회 의원 과반은 지역 경찰 조직을 해체하고 관련 인력을 공공안전의 새로운 모델이 될 구성원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경찰개혁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경찰 예산 삭감’ 운동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이 극단적 개혁 노선을 펴고 있다는 공화당의 공세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이날 바이든 캠프 측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개혁을 힘들게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베이츠는 “전국에 이 같은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원을 갖추지 못한 경찰서가 많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이 같은 자원 확보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우리 형사사법 체계에 변혁적 변화를 가져오려는 바이든 계획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선거캠프 신속대응 책임자 앤드류 클락은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극좌파를 너무나 두려워 해 스스로 카메라 앞에서 이를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측은 이번 시위 국면에서 ‘법과 정의’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 전 부통령은 ‘경찰 예산 삭감’ 요구 시위대와 한편이라는 공세를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 소속 팀 머터우 공보국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시위대가 말하듯이, 침묵은 합의”라며 “바이든은 침묵을 통해 경찰 예산 삭감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대선의 주요 화두, ‘경찰개혁’ = 한편 미 전역에서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가 10여일째 이어지면서 경찰개혁은 오는 11월 미 대선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미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경찰이 무분별하게 무력을 사용해 헌법을 위반했을 경우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경찰법 내 정의’라는 제목의 이 법안은 경찰 무력 사용을 ‘합리적인 경우’에서 다른 대안이 없는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이 법안은 무릎을 목으로 누르는 등의 제압 방식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각 주·지방 경찰 부서가 이같은 금지 정책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연방 기금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또 마약 사건에서 영장 없이 긴급 가택수색을 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경찰이 긴급 가택수색 중 브레오나 테일러(26) 응급의료 치료사를 살해했던 사건을 계기로 나온 것이다.
아울러 이 법안은 경찰의 위법행위 관행과 패턴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법무부에 부여하고 이 조사를 위해 10년에 걸쳐 1억달러 상당 기금을 주 검찰에 후원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 경찰에 대한 민원사항과 징계사항 등을 기록한 국가 경찰 위법행위 등록부를 마련할 예정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소속 하원의장은 “전국민이 지켜본 고통스러운 순간은 불의의 종식을 요구하는 평화시위에 따라 국가적 행동으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는 구조적 변화 없이 안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에게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될 경우 상원에서도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 발표에 앞서 국회의사당에서 8분46초간 한쪽 ‘무릎꿇기’ 자세를 취하며 플로이드를 추모하기도 했다. 8분46초는 플로이드가 경찰 무릎에 목이 짓눌린 시간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경찰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축은 없을 것이다. 우리 경찰의 해체는 없을 것이다”며 “우리 경찰은 우리를 평화롭게 살게 해왔고, 우리는 그 안에 나쁜 행위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99%가 ‘위대한 사람들’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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