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줄어들다가 다시 급증… 하루 3574명 최고치 경신
라마단 종료후 시설개방 탓인듯… 로하니 “규제 안 따르면 재봉쇄”
주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이란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한때 감소했다가 다시 급증하는 ‘2차 확산’ 현상이 발생했다.
9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월 19일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란에서는 3월 30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3186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일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800명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신규 확진자가 늘기 시작하더니 24일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이 끝난 후 정부가 관광지 및 종교 시설을 대거 개방한 이후 급증했다. 이달 1∼5일에는 매일 3000명 내외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 4일 신규 확진자 3574명은 일일 최고치다.
이란 정부는 “검사를 늘리는 바람에 확진자가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디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 이하였던 것을 고려하면 검사 확대만으로는 신규 확진자 급증을 설명할 수 없다며 2차 확산에 따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이 넘은 57개국 가운데 2차 확산이 벌어지고 있는 국가는 이란이 처음이다. 9일 현재 이란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7만3832명, 8351명이다.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겪었다. 사태 초기인 2, 3월에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한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등 인근 국가의 초기 감염자 상당수가 이란에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 ‘중동의 코로나19 진원지’란 오명도 얻었다.
이에 이란은 신정일치 국가이자 시아파 종주국임에도 ‘모스크 폐쇄’란 극단적 조치까지 단행하며 대대적인 방역에 나섰다. 4월 한때 확산 억제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라마단이 끝난 후 이런 분위기가 사라진 것이다. 서방의 오랜 제재와 경제 상황 악화로 국민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방역을 완화한 것 또한 2차 확산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란 현지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다시 봉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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