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무기 개발연구소가 F-15 전투기의 저위력 전술핵폭탄 투하 성능시험에 성공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앞으로 F-35 등 차세대 전투기와 전략폭격기에도 적용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 지하시설도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미국 3대 핵무기 개발연구소인 샌디아국립연구소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의 B62-12 핵폭탄 투하 최종 성능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B61-12는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 계획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양산을 추진 중인 개량형 저위력 전술핵폭탄이다.
이번 실험은 핵탄두를 제거한 모형 B61-12 중력폭탄을 F-15E 2대를 동원해 실제 고고도와 저고도에서 각각 투하하는 방식으로 네바다주 토노파 시험장에서 지난 3월 9일부터 사흘 간 진행됐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고고도 실험의 경우 해발고도 7.62km 상공에서 모형 B62-12 중력폭탄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낙하 약 55초 뒤 마른 호수바닥 위로 꼿혀 12~15m 높이의 사막 먼지를 일으켰다고 한다. 저고도 투하 실험은 F-15E가 해발고도 304m 상공에서 음속에 근접한 속도로 비행하면서 모형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막 표면에 꼿히기까지 약 35초가 소요됐다.
샌디아국립연구소는 이번 실험이 미 공군 F-15스트라이크 이글과B61-12 간 호환성을 입증하는 마지막 단계로서 완벽한 무기체계 성능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새뮤얼스 샌디아국립연구소 B61-12체계 팀장은 “프로그램 자체는 2010년에 시작됐지만 전투기 호환성 실험은 2013년부터 진행됐다”며 “지금까지 지상실험, 가상비행실험, 설계 등 준비태세를 증명하기 위한 작업이 선행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번 실험으로 B61-12가 F15E에서 탄도비행 방식이나 유도중력 낙하용으로 모두 수행 가능한 것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그러면서, 향후 B-2전략폭격기와 F-16 C/D계열 전투기,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와의 호환성 실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동맹국의 전투기에도 실험을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전문가들은 미국과 핵공유협정을 맺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5개 동맹(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터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B61-12는 최대 50킬로톤의 폭발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고안돼 일명 ‘핵벙커버스터’로도 불린다. 낙하산 대신 꼬리 날개를 부착해 목표를 향해 정확히 날아갈 수 있도록 했고, 기존 핵폭탄에는 없는 GPS 등 내부 유도체계를 장착해 정밀폭격이 가능하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9일 VOA에 이번 실험에 앞으로 북한의 지하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전력 개발도 셈법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메가톤 규모의 전략핵무기보다 폭발력이 작기 때문에 한국, 일본, 중국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낙진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정확도가 높아 복수의 북한 지하 핵시설을 원점 타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는 것이다.
또 “저위력 핵폭탄의 셈법은 냉전 당시 상호확증파괴 개념에 따라 소련이 핵 전면전은 야기하지 않는 선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에 대비해 대칭적 보복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국지전 성격’으로 고안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이 모두 핵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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