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극우매체의 ‘앵무새’?…‘안티파 앞잡이’ 보도 그대로 인용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10일 11시 50분


원아메리카뉴스 "시위 현장서 넘어진 노인, 테러조직 안피타와 연관"
트럼프도 "안피타 앞잡이" 트윗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 중 경찰에 밀려 넘어진 뒤 중상을 입은 75세 시위자를 향해 “설정”이라며 막말을 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뉴스를 봤는데, 그는 밀린 것보다 세게 넘어졌다”며 “설정은 아닌가(Could be a setup)?”이라고 했다. 피해자를 향해 “경찰이 밀친 버펄로 시위자는 안티파(ANTIFA·극우파에 대항하는 극좌파) 앞잡이(provocateur)일 수도 있다”며 “75세 마틴 구지노는 경찰 장비를 먹통으로 만들기 위해 살펴보던 중 경찰에 제압을 당했다”고 음모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구지노가 안티파 앞잡이이며, 일부러 세게 넘어졌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과연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일까.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미국의 극우성향 소형 케이블 뉴스 매체 ‘원아메리카뉴스(One America News)’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보도했다.

원아메리카뉴스는 9일 “구이노가 폭력적 테러그룹이 안피파와 연관돼있다”고 주장하면서 “많은 언론에서 말하고 있는 친절한 노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도했다. 또 구이노가 지난 4일 시위에 참여하는 동안 경찰들의 통신을 도청하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원아메리카뉴스 측은 ‘구이노 관련 보도 근거가 무엇이냐’는 NYT의 질문에 “우리 탐사보도팀이 구이노의 반경찰 정서와 발언들을 포착했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NYT는 구이노가 오랫동안 인권운동단체 및 가톨릭 노동자 운동에 관여해온 평화운동가이며, 원아메리카뉴스의 보도처럼 극단파란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의 원아메리카뉴스는 2013년 로버트 헤링이란 사업가에 의해 설립됐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 언론매체로 눈길을 끌기 시작했고, 지금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이 매체의 보도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시청자가 많지 않은 이 매체가 미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폭스뉴스에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원아메리카뉴스가 ‘폭스 대체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웨스트윙 사무실 내에서는 주류 케이블 뉴스방송들과 함께 원아메리카뉴스의 방송이 항상 틀어져 있을 정도라는 이야기이다.

그 덕분에 원아메리카뉴스는 소형 매체로는 이례적으로 백악관에 주재 기자까지 두고 있다. 샤넬 라이언이란 이 기자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밝힌 신상 정보에 따르면 “클린턴과 오바마의 모든 것,그리고 모든 좌파자유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열렬한 적”이라고 밝혀 놓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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