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여파가 1939년 개봉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까지 튀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HBO맥스는 9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콘텐츠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HBO맥스 측은 성명에서 “‘바람과…’는 그 시대의 산물이며 당시 미국 사회에 흔했던 윤리적, 인종적 편견 일부가 묘사돼 있다”면서 “이에 대한 규탄과 설명 없이 해당 영화를 방영 목록에 두는 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HBO맥스는 추후 역사적 맥락에 관한 설명을 덧붙여 콘텐츠 목록에 복귀시킬 계획을 밝혔다.
‘바람과…’는 1860년대 미 남북전쟁 시기 노예제를 유지하던 남부 조지아주를 배경으로 농장주의 딸인 백인 여성 스칼릿 오하라(비비언 리)의 삶을 다룬 영화다. 당시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을 휩쓸었지만 노예제를 옹호하고, 흑인의 부정적 이미지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백인우월주의 단체 큐클럭스클랜(KKK)의 활동을 미화한 것도 논란거리였다. 올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당시 “‘바람과…’ 같은 영화가 아카데미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 전역에서는 노예제 관련 상징물 퇴출 작업이 한창이다. CNN에 따르면 미 육군은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장군들의 이름을 딴 기지의 개칭을 논의하고 있으며, 미 해병대는 남부연합기(旗) 사용을 금지했다. 미 대륙을 발견한 인물로 통하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도 청산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날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시위대가 콜럼버스의 동상을 철거해 인근 호수에 던졌다. 콜럼버스는 원주민을 학살하고 노예제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