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北京) 한복판에서 57일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3명이 잇따라 발생해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거주지가 다른 이들이 같은 시장에 가 동선이 겹치고 시장이 폐쇄된 것으로 확인돼 집단 감염과 2차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베이징시 당국에 따르면 베이징 서부 시청(西城)구 웨탄(月壇)가에 사는 탕(唐·52)모 씨가 10일부터 오한과 무력감을 호소해 1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2주 동안 베이징을 떠나지 않았고 베이징 외부에서 온 사람과 밀접 접촉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당국에 따르면 탕 씨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3일 베이징 남서부 펑타이(豊臺)구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고 3일에는 펑타이구의 신파디(新發地)채소시장에서 해산물과 고기를 구입했다.
그런데 베이징시 당국이 12일 공개한 추가 확진 환자 류(劉·25) 씨와 인(尹·37) 씨 2명은 모두 펑타이구에 있는 ‘중국 육류식품 종합연구센터’ 직원이었다. 두 사람 모두 거주지도 펑타이구다.
특히 이들은 신파디채소시장과 역시 펑타이구에 있는 징션(京深)해산물시장에서 샘플 조사를 진행한 적 있다고 신징(新京)보가 전했다. 신징보에 따르면 신파디채소시장 측은 탕 씨가 방문한 시장 소고기·양고기 코너를 폐쇄했다. 징션해산물시장은 시장 전체가 폐쇄됐다. 이 시장 측은 전체 폐쇄 이유에 대해 “이유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신징보가 전했다. 이 기사에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화난(華南)해산물시장 사태와 비슷하게 느껴진다”라는 댓글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화난해산물시장의 집단 감염 사태가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화난해산물시장은 중국의 코로나19 사태 초기 집단 감염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발원지로 지목된 곳이다. 이곳에서 불법으로 거래되던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옮겨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비상이 걸린 베이징시 당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차이치(蔡奇) 당 서기와 천지닝(陳吉寧) 시장이 직접 나서 펑타이구와 시청구에서 현장 조사를 벌였다.
베이징시는 6일부터 코로나19 대응 수준을 낮춰 아파트 단지 등 거주 지역과 빌딩 출입자에 대한 체온 검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6일 만에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탕 씨가 살던 거주 지역은 출입을 통제하는 폐쇄식 관리와 체온 측정이 재개됐다. 탕 씨와 같은 동에 사는 417명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가리는 핵산 검사를 실시했다. 탕 씨의 초등학교 4학년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같은 반 학생들 33명과 이 반을 다녀간 교직원 15명이 대해 자가 격리조치를 취하고 핵산 검사를 진행했다. 펑타이구 확진 환자 2명과 밀접 접촉한 43명에 대해서도 격리와 핵산 검사 조치를 취했다.
베이징시는 6일부터 경제 회복을 위해 122억 위안(약 2조 원) 규모의 소비 쿠폰을 뿌리고 ‘베이징 소비 시즌’을 선포하는 등 소비 진작 활동에 나섰으나 배포하고 확진 환자 발생으로 영화관과 노래방 등 밀폐된 오락 장소에 대한 개방을 중단했다. 중국 국무원은 중국 전역의 의료 기관에서 발열 진료를 받는 환자는 건강 상태를 증명하는 건강코드(QR코드)를 제시하고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전국 병원의 발열 외래 환자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가리는 핵산 검사를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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