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재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대남 압박을 강화하고 나선 데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협상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김두연 선임연구원은 이날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시설을 폐쇄하면 미국이 일부 제재를 해제해줄 것’이라던 한국 정부의 예측에 대해 실명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지난 2018년 6월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김 연구원은 “그들(북한)은 한국이 ‘환경’을 바꾸기 위한 일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계속된 사실에 화가 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앞서 한국 내 탈북자단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방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사실을 비난하며 이달 9일 남북한 당국 간의 모든 통신선을 차단했다.
이번 통신선 차단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선 “확실하게 남조선(한국)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우린 곧 다음 단계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특히 이번 담화에서 “다음번 대적(對敵)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혀 한국에 대한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대북전단은 그들(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판돈을 키우고 위기를 조장해 한국을 괴롭히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며 “북한은 한국을 향해 ‘미국과의 협상에 다시는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미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의 부승찬 연세대 겸임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부부장의 최근 담화는 김 위원장의 통치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은 현재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의 통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현재 북한 상황에 대해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의 영향으로 중국과의 교역마저 크게 줄면서 “식량난이 심화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최근 대남 강경노선을 펴고 있는 배경엔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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