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애틀랜타 경찰 총격에 또 사망… 테이저건 뺏어 경찰에 반격하다
현장서 실탄 맞고 병원서 숨져… 경찰국장 즉각 사퇴, 경관 해고
‘흑인 52%’ 루서킹 목사 고향서 대규모 시위로 재확산될 가능성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본산’으로 꼽히는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2일 비무장 흑인 청년 레이샤드 브룩스 씨(27)가 경찰 체포에 불응하다가 백인 남성인 개릿 롤프 경관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시 당국은 하루 뒤 롤프 경관을 해임했고 백인 여성 경찰국장까지 물러났지만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빗발치고 있다. 진정세를 보이던 인종차별 반대 시위도 다시 불이 붙는 양상이다. 일부 흑인단체는 이 사건을 지난달 25일 백인 경관의 잔혹행위로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에 빗대 ‘제2의 플로이드’ 사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12일 오후 10시 30분경 애틀랜타 경찰 2명은 패스트푸드점 웬디스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차량 한 대가 정차했고 운전자가 잠들었다는 신고에 출동했다. 롤프 경관과 동료는 차량 운전자 브룩스 씨를 깨워 음주 검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브룩스 씨는 몸싸움을 벌이며 체포에 불응하는 과정에서 경관의 테이저건(전기충격기)까지 빼앗았다. 브룩스 씨가 경찰에게 테이저건을 쏘자 롤프 경관이 실탄을 발사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 숨졌다.
그의 죽음에 항의하는 수백 명의 시위대는 13일 웬디스 주차장과 도로 인근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고인의 사촌 디케이터 레드 씨는 시위에서 “미 전역의 흑인 청년이 헛되이 죽어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낮에는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이날 오후 8시 30분경 경찰이 도착하자 격렬해졌다. 시위대는 웬디스 매장에 불을 지르고 고속도로 양방향을 모두 점거했다. 경찰 역시 최루탄 등을 쏘며 맞섰다. 이날 수도 워싱턴 등 미 곳곳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브룩스 씨의 이름을 딴 해시태그(#RayshardBrooks)가 넘쳐난다.
공개된 동영상에서 브룩스 씨가 체포에 불응하고 테이저건을 탈취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난 터라 경관에게 전혀 저항하지 못했던 플로이드 씨 사건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2018년 1월부터 재직 중인 흑인 여성 시장 케이샤 랜스 보텀스(50)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에리카 실즈 경찰국장 대신 흑인 남성인 로드니 브라이언트를 국장 대행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롤프 경관 역시 곧바로 해고됐다. 이 모든 일이 브룩스 씨가 숨진 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서 이뤄졌다.
보텀스 시장은 야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도 거론되고 있다. ‘흑인 표심을 노리고 이례적으로 빨리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애틀랜타는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代父)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고향이자 활동 근거지로 인구 51만 명 중 51.8%가 흑인이어서 흑인 유권자의 입김이 강하다.
유럽도 인종차별 문제로 시끄럽다. 13일 영국 런던에서는 극우파 백인 시위대가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를 벌였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인종차별 이력을 문제 삼아 처칠 동상을 훼손한 것에 분노한 이들은 “이민자들이 영국을 망친다”고 주장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도 2016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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