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계 미국인 기자이자 필리핀 유력 온라인 뉴스 래플러의 공동설립자인 마리아 레사가 사이버 모욕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래플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이 ‘약물과의 전쟁’을 펼치며 약물 용의자 수천 명에 대해 대량학살을 벌이고 있는 사안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두테르테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 언론사다.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 법원은 15일(현지시간) 레사 래플러 편집자와 레이날도 산토스 주니어 기자에게 사이버 모욕죄로 최소 징역 6개월, 최대 7년 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2016년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한 뒤 레사 편집자에게 적용된 8개의 혐의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가디언은 “레사 편집자에게 적용된 나머지 혐의가 대부분 불법 외국지분소유, 세금환급 등 래플러의 재정과 관련된 문제”라며 “적용된 혐의를 다 합치면 징역 100년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번에 유죄 판결이 난 사이버 모욕 사건은 한 사업가가 2012년 대법원 판사와 자신의 유착관계에 대해 보도한 래플러의 기사에 대해 자신에 명예가 훼손됐다며 2017년 소송을 걸면서 비롯됐다. 2012년은 필리핀에서 사이버범죄에 대한 입법이 통과되기도 전이다. 당초 2018년 이 소송은 기각된 바 있으나 이후 검찰은 갑작스럽게 기소의견으로 결정을 뒤집었다. 이후 지난해 2월 레사가 체포되면서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등 인권단체들은 필리핀 언론에 대한 “위협의 패턴”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기자협회는 즉각 “필리핀 정부가 법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레사 편집자도 판결 후 “우리는 계속해 싸울 것이다. 여러분과 이곳에 있는 모든 기자들에게 여러분의 권리를 지키라고 호소한다. 두려워 말아라. 여러분들이 여러분의 권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이후 악회된 필리핀의 언론자유지수는 현재 전세계 180국 중 136위 수준이다. 지난 달에도 필리핀 정부는 최대 방송사인 ABS-CBN에 정지명령으로 방송을 중단시키며 언론 탄압으로 비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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