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문가 “北 연락사무소 폭파, 한미 모두 겨냥 일석이조 의도”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17일 11시 29분


"김여정,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자신의 지위 강화"
"대북전단, 사태의 도화선이지 직접적 원인 아냐"
"미국, 북한이 아무리 소동 일으켜도 주목안해"

북한이 16일 오후 ‘판문점선언’의 결실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한데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모두를 겨냥한 ‘일석이조’의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왕성(王生) 지린대 행정학원 교수는 17일 중국 중신왕과의 인터뷰에서 “김여정은 현재 북한의 대남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면서 “새로운 자리에 부임한 그는 이번 조치(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강화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왕 교수는 또 “다른 측면으로 북측이 남측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부연했다.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도 “북한군의 전시상황 선언은 선전포고가 아니라 정치적 행보”라고 평가했다.

양 연구원은 “북한의 전시상황 선언은 최근 김여정이 발표한 성명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며, 북한의 대남 업무의 성격이 적대적으로 변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이어 “남북 관계의 성격이 적대적으로 변했다면 군 당국이 관련 사안을 처리해야 하고, 전시상황 선언은 바로 군이 남북 관계를 처리하게 하려는 첫걸음”이라고 부연했다.

양 연구원은 “대북 전단은 단지 남북 관계를 악화시킨 도화선이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가 갑자기 악화된 것은 지난 2년여 동안 양측간 갈등이 축적된데 따른 것이며, 대북 전단은 이런 문제를 철저히 드러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남북이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을 체결한 이후 한국은 이산가족 상봉 등 사안을 추진했지만, 경제적 영역에서의 협력은 추진되지 않았다”면서 “이에 대해 북한은 남측이 말로만 호의를 베풀고 약속을 행동으로 실행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왕성 교수는 “2019년 남북 정상이 회담을 가진 이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거의 방치돼 상징적 의미만 갖고 있었다”면서 “북한은 탈북자 단체에 대한 불만 표출로, 남북한 대화 재개를 희망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한국에 대한 북한의 기대는 매우 높지만, 한국의 대북 정책은 미국 등의 제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내 보수세력 등을 고려해 (한국의 대북 정책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양 연구원은 또 북한의 이번 행보는 일석이조의 의도가 있는데 ▲첫째 미국을 따라가는 문재인 정권 때리기 ▲둘째 미국에 직접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이야말로 일련의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양 연구원은 “다만 미국의 시각에서 2가지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첫째는 냉전적인 사고방식, 둘째는 북한 문제는 미국의 주요 의사일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기를 원하는데 제재 이외 미국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이에 따라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기 이전 대북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미국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공안전 위기, 사회적 갈등 위기, 경제 쇠퇴 등 미국은 현재 3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고 여기에 유럽 동맹국과의 갈등도 추가됐다”면서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북한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양 영구원은 “이런 이유로 북한이 아무리 소동을 일으켜도 미국은 북한 문제를 주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실질적인 양보책을 제시하지 않고, 북한과 담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것이 한반도에 새로운 변수가 나타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반응을 내놓는 이유”라고 전했다.

양 연구원은 “근본적인 문제점은 한국이 미국과 ‘탈동조화(디커플링)’하고 제재 측면에서 미국을 따라가지 않을 필요가 있는데 한국은 이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동맹 관계 속에서 미국이 마음대로 결정하며, 한국은 실질적으로 발언권이 없어,미국이 대북제재를 요구하면 따르지 않을수 없다”는 것이다.

왕 교수는 “올 하반기 한반도 정세는 한국에 달렸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 어렵게 실현된 (안정적인) 한반도 정세가 다시 대립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한국은 북측에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 교수는 한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지 않은 상황에도 일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반도 (긴장) 정세를 완화하고 과열 양상으로 치닫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만약 한국의 이런 행보가 북측의 이해를 얻어낼 수 있다면 한반도 정세는 잠시나마 상대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안은 미국이 북한과 일부 접촉을 해야 하고, 비핵화 담판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연구원은 “교착 상태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긴장 정세는 북한의 압력행사로 점점 더 고조될 것이지만, 관련국들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더 앞으로 나가면 바로 전쟁 폭발이고, (관련국) 3국 모두 패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총체적으로 볼 때 한반도 정세는 아직 통제불능의 상황이 아니며 양측은 자신들의 이익을 출발점으로 정세가 통제불능의 상황에 빠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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