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위해 시주석에 구걸” 볼턴 발언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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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18일 0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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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출간 예정인 존 볼턴 전 보좌관의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이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맨 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 뉴스1
오는 23일 출간 예정인 존 볼턴 전 보좌관의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이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맨 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 뉴스1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쓴 회고록 일부가 공개돼 워싱턴이 충격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여러 충격적인 의혹과 주장이 담겼다.

미국 정부는 오는 23일 출간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면서 잇단 법적 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회고록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맨 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17일(현지시간), 6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의 회고록 가운데 일부 내용을 입수해 공개했다.

◇ 트럼프, 시진핑에 대선 언급…미국산 농산물 구매 요청 :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다가오는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시 주석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계에서 미중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며 “일부 미국 정치인들이 중국과의 새로운 냉전을 외치며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한 뒤 나온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이 말한 ‘일부 미국 정치인’을 민주당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민주당이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농업과 중국의 미국산 콩·밀 구매 증가가 선거 결과에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며 재선을 도와달라고 한 것이다.

◇ 트럼프 시주석에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하자 시주석 “임기제 폐지하라” : 앞서 2018년 12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났을 때도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6년 더 함께 일하고 싶다”며 넌지시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 중임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개인적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혼합시켰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 北비핵화 관심도 없어…홍보에만 열중 :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을 때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선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고, 역사적 회담을 홍보하고 김 위원장과 친분을 쌓는 데 더 관심을 보였다.

볼턴 전 보좌관은 저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핵심(substance)이 빠진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고 승리를 선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엘튼 존의 노래 ‘로켓맨’ CD를 전달하는 데 이례적인 수준의 관심을 보였다면서, 2018년 10월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자신의 사인이 담긴 CD 전달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CD를 건넸는지를 물었는데, 그가 김 위원장을 실제 만나지 못했단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며 “CD 전달은 몇개월 동안 (국정수행에서) 최우선 순위로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에피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협상이라는 중차대한 상황에서도 사소한 일과 개인적 만족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미국의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진단했다.

◇ 트럼프, 중국 내 인권 문제 관심 없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지난해 6월 홍콩에서 반송환법 시위가 일어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큰일이군”이라면서도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톈안먼 학살 30주년 기념일에도 백악관 공식 성명 발표를 거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그걸 신경 쓰나? 나는 거래를 하려는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과 관련해서도 시 주석이 지난해 G20 회의 개막 만찬에서 신장에 강제수용소를 짓는 이유를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강제수용소 건설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전망과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부정적인 영향을 몹시 두려워한 나머지 이제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 중국을 비난하기로 결정했다”며 “그의 행동이 말과 일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은 철학이나 큰 전략, 정책에 기반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이익)에만 기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폼페이오, 트럼프를 ‘구라쟁이’라고 조롱”: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 참모들마저 대통령을 우습게 봤다. 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이뤄졌는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전 보좌관은 대통령의 통화 방식을 조롱했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한미 정상 간 통화를 “거의 죽음의 경험”이라고 표현했으며, 중동에서 이를 듣고 있던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에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심장마비”가 올 뻔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 전 보좌관에게 대통령은 “구라쟁이(so full of shit)”라고 쓴 쪽지를 전달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한 달 뒤엔 대통령의 대북 외교 성공 가능성을 “0%”라고 선언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백악관에 처음 도착한 직후, 당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자신에게 “내가 얼마나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어하는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곳은 일하기 좋지 않은 곳이다.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 땅”: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교체를 논의하는 논의했을 때 “군사 옵션”을 주장했었고, 참모들에게는 베네수엘라는 “정말 미국의 일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침공을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P통신은 2018년 7월, 참모들에게 미국은 왜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수 없는지를 물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은 다른 몇몇 국가들과 함께 마두로 대통령을 국가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스스로 대통령을 선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과이도를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외교적 소양도 부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 전 참모들에게 핀란드가 러시아에 속하는지 아니면 “러시아의 위성국가”인지를 물었다. 또 영국이 핵보유국이란 점도 알지 못했다.

◇ “볼턴은 거짓말쟁이에 ‘왕따’ 그리고 미치광이” :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인터뷰에서 “볼턴은 거짓말쟁이”라며 “백악관의 모든 사람이 볼턴을 미워했다”고 밝혔다.

그는 볼턴 전 보좌관의 비판은 “불만을 품은 직원의 거짓과 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자신과 폼페이오 장관과의 사이에는 어떠한 불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전일(16일) 회고록 출간을 연기해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17일엔 출간을 막기 위한 긴급명령 발동을 추진했다.

법무부는 “(볼턴은) 책으로 이득을 얻기 위해 기밀 정보를 퍼뜨리려고 한다”며 “볼턴의 원고가 출판돼 국가 안보에 해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책 출간을 막으려는 정부의 시도는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3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 3위였던 이 책은 16일 1위로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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