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때리더니…볼턴 회고록 “대선 도와달라 간청”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18일 0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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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농산물 구매 통한 도움 요청…위구르인 수용에도 동의"
"트럼프, 홍콩 시위엔 '관여 안 하고파' 의견 피력"
헌법상 대통령 임기 제한 폐지 거론하기도

중국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재선 지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에 담긴 내용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이 담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런 요청을 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회담에선 시 주석이 먼저 ‘미중 관계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로 운을 뗐다고 한다. 시 주석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부 미국 정치인들이 중국과의 신냉전을 요구하며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된 판단’의 주체를 민주당으로 받아들이며 ‘민주당 내부에 중국에 대한 엄청난 적개심이 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어 화제를 미국 대선으로 돌리며, 중국의 경제력을 치켜세우고 재선을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 과정에서 농부들의 지지를 강조하며 중국의 대두·밀 수입이 선거 결과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고 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발언 자체는 ‘정부 사전 검토’를 이유로 그대로 공개되진 않았다.

WP는 “만약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선거 승리를 도와달라고 간청한 것”이라며 “이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통제하고 있다’라는 중국의 확언을 경시하는 데 몇 주를 보낸 뒤 드러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이젠 ‘조 바이든은 중국에 부드럽고, 나는 중국에 터프하다’라고 주장하기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량 확산 이후 연일 ‘중국 때리기’에 몰두해왔었다.

한편 미중 정상회담 자리에선 위구르족 수용과 홍콩 시위 등 중국 관련 인권 문제도 거론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도외시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시 주석이 먼저 위구르족 수용소를 건설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옳은 일이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문제를 상당한 사안으로 인식하면서도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라는 뜻을 피력했다는 내용도 저서에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시 주석을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앞선 지난 2018년 12월 부에노스아이레스 미중 정상회담에선 1회로 제한된 헌법상 대통령 중임 제한 폐지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6년 더 협력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당시 회담 초반 시 주석은 준비된 발언을 읽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소위 ‘애드리브’를 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누구도 다음에 어떤 발언이 나올지 몰랐다”, “시 주석의 말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예스’라고 할까 두려웠다”라는 취지로 당시 분위기를 묘사했다.

이처럼 민감한 내용이 담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은 오는 23일 발간될 예정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밀을 이유로 해당 저서에 대한 출판 금지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연일 중국 때리기에 몰두해왔다.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한편, 미국인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이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연관 지어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의 저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시 주석에게 대선까지 거론하며 ’친중‘ 정도를 넘어선 행보를 펼친 셈이 된다. 이 경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민심 역풍이 불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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