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옥스퍼드大도 세실 로즈 동상 놓고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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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前총독… 로즈 장학금 유명
“아프리카 수탈 상징 철거해야”
동문 찬반 갈려… 조사위 열기로

영국 옥스퍼드대가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일부 교직원이 아프리카 식민화를 주도한 기업가 겸 자선사업가 세실 로즈(1853∼1902) 동상(사진)의 철거를 추진하자 상당수 동문과 루이즈 리처드슨 총장은 “공도 많은 인물”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광산업 거부(巨富)였던 로즈가 남긴 돈으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수혜를 본 ‘로즈 장학금’이 탄생했다.

BBC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 오리얼칼리지 이사회는 17일 성명을 통해 “로즈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 이 문제를 논의할 독립 조사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올해 말까지 논의를 진행하고 내년 초 철거를 추진하기로 했다.

로즈는 1899년 오리얼칼리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1911년 칼리지 안에 동상이 세워졌다. 제국주의 잔재란 이유로 2015년 철거를 추진하는 학내 단체가 결성됐고 한 해 뒤 이사회가 동조했다. 장학금을 받은 동문들이 “1억 파운드 이상의 기부금을 철회하겠다”고 맞서자 이사회가 물러섰지만 최근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철거 요구가 또 등장했다. 하지만 리처드슨 총장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살아있었다면 철거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등이 포함된 ‘케이프 식민지’ 총독을 지냈다. 사망 후 당시로는 어마어마한 거액인 600만 달러를 남겨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매년 영연방 국가를 포함해 세계 주요국 젊은 엘리트 100여 명을 선발해 옥스퍼드에서 공부할 기회를 준다. 로즈 장학금과 함께 세계 양대 장학금으로 불리는 미국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을 설립한 제임스 풀브라이트, 미국 야당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수전 라이스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 등이 장학금을 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영국 옥스퍼드대#아프리카#식민화#세실 로즈#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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