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을 막기 위해 백악관이 소송전까지 불사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의 내용이 미 언론에 공개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노력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기자회견에만 신경 썼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7일(현지 시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내용을 상당 부분 발췌해 공개했다. 메모광으로 알려진 볼턴 전 보좌관은 500쪽이 넘는 분량의 회고록에서 17개월간 백악관에서 겪은 일화를 상세히 적었다. WP는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동석한 수행단의 대화와 현장 상황도 모두 담겼다고 전했다.
○ 북-미 정상회담을 홍보행사로 여긴 트럼프
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이 만났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단순한 ‘홍보행사’로 치부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트럼프가 내게 ‘(내용이) 비어 있는 성명서에도 서명할 준비가 됐다. 기자회견장에서 승리를 선언한 뒤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ABC 인터뷰에서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며 그를 조종하기 위해 배석자 없는 단독 회담을 원했다”며 “상대 정상들도 트럼프가 재선에 집착하는 것을 알기에 그를 조종하기 쉬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에게 엘턴 존의 사인이 담긴 ‘로켓맨’ CD를 전해 주는 일이 “몇 달간 (대통령의) 우선순위에 있었다”고 소개했다. 볼턴은 “북한에 다녀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CD를 건넸냐’고 물어봤다”고 전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뒤에서는 대통령을 조롱했다고 폭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폼페이오 장관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중 볼턴에게 “그(트럼프)는 거짓말쟁이다”라는 쪽지를 건넸고 약 한 달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성공 확률 0%”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나눴던 통화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그는 “당시 중미 순방 중이던 폼페이오 장관이 (이 소식을 듣고는) ‘심장마비가 오는 줄 알았다’고 (전화로) 말했고, 나도 ‘거의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며 “통화에 대한 실망감을 나눴다”고 밝혔다.
○ 시진핑에게는 재선 위해 농산물 구입 부탁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간청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이 “현행 관세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추가 관세는 없다는 데 합의해야 한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경고한 25%가 아닌 10%를 유지하겠다”며 그 조건으로 대두와 밀 등 자신의 재선을 위해 미국산 농산물 구입을 요구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안보 문제가 걸려있는 중국 화웨이 기소와 관련된 사안에서도 행정부는 강력 제재를 주장한 반면 정작 대통령은 재선에 중요한 무역합의에 도움이 된다면 이를 취하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웠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시위 사태를 중국과의 협상의 레버리지로 사용하길 바랐으나 대통령은 “별일 아니다. 관여하고 싶지 않다. 우리도 인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볼턴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회담 중 메이 총리가 영국이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언급하자 “영국이 핵보유국인가”라고 물었으며, 존 켈리 전 비서실장에게는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냐”라고 묻는 등 외교안보 전반에 대해 무지를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친 존 볼턴의 지극히 지루한 책은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에) 내가 했다고 한 말은 대부분 한 적이 없고 소설이다. 내가 자신을 해고했다고 이러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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