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패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잇단 위협 속에서 진지한 대북 해법 논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미 언론은 볼턴 전 보좌관이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에서 폭로한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가로 공개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hooked)”며 “김정은을 만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의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이날 트위터에서 회고록을 발췌해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비용에 불만이 컸다.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을 줄이거나 없애기를 원한다고 하자 그는 군 장성을 무시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또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스몰딜, 그냥 걸어 나가는 것 중 마지막 선택지를 택했다”며 “그는 마이클 코언의 (하원 청문회) 증언을 보면서 밤을 새웠고 어떤 선택을 해야 (코언의 증언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코언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못하게 하려고 ‘노딜’을 선택했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볼턴 전 보좌관을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밝혀 추가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미친(wacko) 존 볼턴이 북한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보고 있다고 했을 때 다 망쳐버렸다”며 “나와 잘 지내던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마치 그의 미사일처럼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 모델은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비핵화 방식이다.
백악관 및 외교안보 부처 고위 당국자들도 비난에 가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국민과의 신성한 신의를 저버려 미국에 피해를 준 배신자”라고 맹비난했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리벤지 포르노”라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