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로 떠올랐다. 극심한 빈부격차 등으로 인해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난이 질병으로, 질병이 가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3일 기준 중남미 33개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220만 명, 사망자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2월 말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00만 명까지 3개월이 걸렸는데, 두 배로 늘어나는 데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중남미 인구는 전 세계의 8%에 불과하지만 최근 2주 동안 나온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47%가 이 지역에서 나왔다.
브라질은 확진자 110만 명, 사망자 5만 명을 넘어서며 미국에 이어 확진자, 사망자 모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멕시코는 이날 하루 확진자가 6288명 증가해 일일 확진자 수 최고치를 경신했다. 페루, 칠레 등의 확산세도 심각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장 하루 벌어먹고 살기 힘든 빈곤층에게 방역을 위한 자가격리 조치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중남미 인구 5명 중 1명꼴인 1억1300만 명이 높은 인구 밀도, 열악한 위생 환경에 노출된 빈민가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은 코로나19 여파로 중남미에서 약 1600만 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방역 실패도 피해를 키웠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경기 침체를 이유로 제대로 된 방역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라질의 누적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8월 초까지 약 16만 명을 기록해 미국의 14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미 워싱턴대 연구결과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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