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비에트연방(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26년간 집권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66)을 바퀴벌레라 부르는 시위대가 슬리퍼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8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바퀴벌레처럼 대통령을 때려잡자는 의미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은 전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는 1994년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6번째 대선을 앞두고 있다. CNN은 루카셴코가 소련 정보기관 KGB와 같은 비밀경찰을 운영하며 야당 인사들과 언론을 탄압해 비판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최근 슬리퍼 시위는 인기 유튜버인 세르게이 티하놉스키(41)로부터 시작됐다. 코미디언 출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자주 비교되는 그는 지난달 “바퀴벌레(루카셴코)를 끝내겠다”고 선언하며 대형 슬리퍼를 자동차 위에 얹고 시민을 만나는 영상을 공개해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며칠 뒤 벨라루스 경찰은 그의 자택에서 90만 달러(약 10억8000만 원)가 발견됐고, 외국 정부와 내통했다며 티하놉스키를 체포했다. 이후 티하놉스키의 아내가 대통령 후보로 나섰고, 시민 수천 명이 지지 성명을 한 가운데 일부는 슬리퍼를 들고 나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18일에는 유력 대권주자로 꼽혀온 은행가 출신 빅토르 바바리코(56)가 그의 아들과 함께 체포됐다. 벨라루스에서는 대선 후보로 등록하려면 10만 명의 서명이 필요한데 바바리코는 42만 명에게 서명을 받았을 정도로 지지층이 두껍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거센 반발에 직면할 때마다 포퓰리즘과 억압 정책으로 독재를 유지해왔다. 외신들은 이번 시위에는 과거와 달리 중산층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론조사가 금지돼 정확한 지지율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루카셴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정신병’이라 칭하며 “보드카를 마시고, 트랙터를 운전하고, 사우나를 하는 것으로 코로나를 막으라”고 말해 비판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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