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V자형, U자형, W자형 3가지 시나리오 도입
브레이너드 이사, 배당금 허용 결정에 반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3분기 대형 은행들의 바이백(자사주 매입)을 금지하고 배당금 지급에 상한 제한을 두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은행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진단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다.
25일(현지시간) 연준은 34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연준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위기 상황을 가정해 은행의 자본적정성 지표 등을 들여다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도입했다. 유사시 대형 은행들이 금융사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이번에는 통상적인 테스트 외에 V자형(급격한 회복), U자형(완만한 회복), W자형(이중경기침체·더블딥) 등 3가지 회복 시나리오가 추가로 도입됐다.
이 3가지 시나리오에서 실업률 정점은 15.6%~19.5%를 나타냈다. 34개 은행의 대출손실은 5600억~7000억달러(약 842조원)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12%였던 총자본비율은 7.7%~9.5%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은행의 손실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하는 지표라고 CNBC는 강조했다.
U자형과 W자형 상황에서 대부분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지만 몇 개 은행은 최소 자본 수준에 근접했다.
다만 여기에는 정부 경기부양책과 실업보험 확대 등의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
연준은 개별 은행의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연준 보고서에 따르면 W자형 시나리오에서 은행 약 4분의 1이 최소 자본 기준에 미달하기 직전까지 간다”고 전했다. 연준은 “이런 결과를 근거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에도 대형 은행이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올해 3분기 대형 은행의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고 배당금 지급을 제한한다. 배당금 지급은 2분기 지급액과 지난 4분기 순익 등 최근 실적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
연준은 “이에 따라 은행은 배당금을 늘릴 수 없고 수익이 충분할 때만 지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최대 은행 8곳은 이미 3월에 자사주 매입을 자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계속 현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결정에 반발했다.
그는 이 조치가 은행이 “자본 완충장치를 고갈하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대형 은행이 자본을 보전해야 하는 시기”라며 “이번 정책은 금융위기 사태에서 핵심 교훈을 얻지 못했다. 나는 이를 지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 이사 중 유일하게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지명된 인사다.
아울러 연준은 모든 대형 은행은 올해 말 자본 계획을 보완해 다시 제출하도록 했다. 이는 통상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한 은행에만 가해졌던 조치다. 연준이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이처럼 지시한 건 스트레스 테스트 역사상 처음이라고 CNBC는 전했다.
랜들 퀄스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우리의 민감도 분석 결과는 은행들이 가장 가혹한 충격의 시기를 강하게 견딜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밝혔다.
반면 미 언론의 시각은 이보다 부정적이다.
NYT는 연준의 자사주와 배당금 제한 결정을 두고 “대형 금융사의 상황이 금융위기 때보다는 낫지만, 경기 침체에 취약하다고 연준이 인정했다”고 분석했다.
또 “연준 전망 중 일부는 최악의 상황에서 대출에 궁극적인 타격이 가해지면 2008년 금융위기 후폭풍보다 사태가 더 나빠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최대 은행들의 최고경영자(CEO)를 대표하는 금융서비스포럼(FSF)은 성명을 통해 “이례적인 경제 불확실성 사태에서 금융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연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3분기 자본배당과 관련한 결정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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