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한국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여에 반대한 명분으로 한국의 친북 및 친중 태도를 내세우고 있다. 내심으로는 한국의 과거사 문제 제기 가능성, 국제사회 내 일본의 위상 하락 등을 복합적으로 우려하며 한국의 G7 참여에 본격적으로 ‘발목 잡기’에 나설 태세다.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자제했지만 G7을 놓고 한일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위상 하락 우려하는 日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한국을 G7에 참여시키는 안에 대해 견해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교도통신은 28일 “영국과 캐나다가 G7 확대 대상국으로 거론된 러시아의 참여에 반대하고 있어 ‘일본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라는 계산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역사 문제를 제기할 것을 경계한 측면도 있다”고 교도통신은 분석했다.
회원국 확대에는 전 참가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G7에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가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는 과거 G8에 속했으나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이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후 G8에서 제외됐다.
다만 G7 정상회의 의장국은 자체 판단에 따라 별도의 참가국(옵서버)을 초청할 수 있다. 일본은 의장국인 미국이 회원국 이외 국가를 초대하는 이른바 ‘아웃리치’ 형태로 9월 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일시 참석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브라질까지 참여시켜 주요 12개국(G12)으로 확대하는 건 어떻겠느냐”고도 제의했다.
지지통신은 이날 최근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일본인이 취임할 기회가 눈에 띄게 적어짐에 따라 일본이 국제사회 내 존재감 하락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이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4개 유엔 산하 기구 수장을 꿰차면서 위기의식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 日, 韓의 G7 참여 발목 잡나
일본은 그동안 한국이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것을 끈질기게 방해해 왔다. 대표적 사례로 2006년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때도 일본이 마지막까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018년 남북 대화 국면에서도 한국의 입지와 중요성이 확대되는 것을 견제했다.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출간한 회고록에서 2018년 5월 4일 자신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날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별도로 만났다고 공개했다. 볼턴은 “야치 국장이 북한의 전통적인 ‘행동 대 행동’ 접근법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닷새 전인 2018년 6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믿지 말라. 북한 사람은 자신의 체제에 목숨을 걸고 거칠며 약삭빠르다”고 주장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자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 기류가 강하다. 이미 한미 정상이 한국의 G7 초청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에서 일본이 끼어드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대신해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비판에 나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일본) 국내용 혐한 정치”라며 “(아베 총리의) 개인 지지율 상승을 위한 무책임한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