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위 진압군 투입 계기로 ‘연방정부 월권’ 이슈 불거져
하원 “자치권 확립” 승격법안 통과
26일 미국 야당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수도 워싱턴을 51번째 주(州)로 승격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2 대 반대 180으로 통과시켰다. 역시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던 1993년 하원에서는 부결됐지만 27년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흑인 인구가 많은 워싱턴의 친(親)민주당 성향 등이 하원의 변화를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심심찮게 제기됐던 워싱턴의 주 승격 논의에 불이 붙은 것은 지난달 25일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태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코앞까지 근접한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다른 주에서 온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이것도 모자라 연방군 투입까지 거론하며 사사건건 민주당 소속 흑인 여성 시장 뮤리얼 바우저와 갈등을 빚었다.
각 주는 비상사태 때 연방군과 별도로 구성된 주방위군을 동원할 수 있다. 주지사가 없는 워싱턴은 연방정부의 개입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바우저 시장이 “워싱턴에 다른 주 군대가 있으면 안 된다”고 거세게 반발한 이유다.
워싱턴은 50개 주에 속하지 않은 특별행정구역으로 사실상 연방정부 직할시나 다름없다. ‘세계 정치 1번지’란 상징성을 지녔지만 주가 아닌 특별행정구역이어서 연방정부의 간섭이 심했고 사실상 자치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각 주가 2명씩 보유한 상원의원이 없고 시의회가 예산을 짜도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집권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인구 71만 명 중 50.7%가 흑인이란 점을 들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워싱턴이 주로 승격되면 민주당 상원의원 2명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아직은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민주당은 ‘하원 문턱을 넘은 것만으로도 여론몰이에는 성공했다’며 반기고 있다. 특히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승리하면 승격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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