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을 처음 보고한 뒤 불과 6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1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올해 초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확산됐을 때만 해도 지역 차원에서 전염이 진행되다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확산의 중심지가 미국과 서유럽으로 옮겨가더니 최근에는 미국과 함께 중남미와 세계 2위 인구대국 인도 등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다. 좀처럼 확산 속도가 꺾이지 않아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예전 같은 일상으로의 복귀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코로나가 바꾼 세계
6개월간 세계 각국에서는 실업자 급증, 언택트(비대면) 산업 각광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4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9%로 제시했다. 4월 전망치(―3.0%)보다 훨씬 낮다. 세계은행(WB) 역시 8일 “올해 세계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에 빠질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2%로 제시했다. 이미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5.0%를 기록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실업자는 크게 늘어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15일부터 이달 20일까지 14주간 4720만 명이 실업수당을 새로 청구했다. 미 인구 3억3000만 명 중 14.3%가 실업을 경험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총 2조8000억 달러(약 3371조 원)의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역시 코로나19 사태 후 각각 1조3500억 유로(약 1823조 원), 234조 엔(약 2627조 원)을 투입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온라인 결혼식과 장례식,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무관중 공연 및 스포츠 경기, 주먹 및 팔꿈치 인사 등이 각광받으면서 새로운 일상을 뜻하는 ‘뉴 노멀(New Normal)’이란 말도 널리 쓰이고 있다. 미 소셜미디어 트위터는 지난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직원들이 원하면 계속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외식업계에서도 배달과 포장 주문이 늘어났고, 식당에서는 칸막이 같은 거리 두기 도구가 속속 등장했다.
언택트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미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은 많은 기업이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아마존 주가 상승에 힘입어 올해 2월부터 이달 26일까지 세계 최대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재산은 약 500억 달러(약 60조2000억 원) 늘었다.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 시장 역시 실물경제 침체에도 나 홀로 호황을 질주하며 이달 10일 사상 최초로 종가 1만 선을 돌파했다.
○ 미국·중남미·인도가 확산세 주도
세계 최대 감염국인 미국에서는 지난달 봉쇄령을 해제한 뒤 급속하게 감염자가 늘면서 25∼27일(현지 시간) 사흘 연속 일일 신규 확진자가 4만 명을 돌파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 28일 누적 확진자는 260만 명에 육박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5일 “미국의 실제 환자가 공식 통계보다 10배 많을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사태 초기 노약자와 기저질환자의 감염이 속출했던 것과 달리 최근 확산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변에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플로리다주에서는 27일 하루에만 958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24일 5000여 명 수준에서 사흘 만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세계 2위와 4위 감염국인 브라질과 인도의 상황도 심상찮다. 최근 브라질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3만∼4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달 19일 신규 환자는 사상 최고치인 5만5209명에 달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정부 주도의 코로나19 대응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행정부의 무능, 남반구의 겨울 도래, 열악한 의료 체계 등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에서도 지난달 중순부터 부분적 경제 재개를 실시한 후 확진자가 급증했다. 27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사상 최고치인 2만131명이었다. 인구의 20% 이상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하고 슬럼가에 몰려 사는 극빈층이다.
아시아도 여전히 위험권이다. 중국 수도 베이징은 사실상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이달 11일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시장에서 집단감염 환자가 발생한 후 이날까지 누적 확진자가 311명에 이르자 당국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 28일 일본 수도 도쿄에서도 6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지난달 25일 긴급사태 해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57명)에 이어 이틀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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