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백인 노년층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 노년층 여론, 바이든 우세 =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지난주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백인 유권자의 3분의 2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및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응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격전지 주(州) 백인 노년층에서 6%포인트(p)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주에서 지난해 10월에는 1%p, 2016년 가을에는 13%p 앞선 바 있다. 바이든 후보는 전국적으로는 노년층에서 1%p 앞서나가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퀴니피악대학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도 노년층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10%p 따돌렸고, 폭스뉴스의 지난 4월 조사에선 근소하게 앞섰다.
공화당은 반격에 나섰다.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 주지사 5명을 상대로 요양원에서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조치는 수만명 노인들에게 “사형 선고”였다는 게 공화당 측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달 말, 백악관 로즈가든 행사에서 노년층을 위한 인슐린 가격 인하 계획을 밝힌 뒤 “노인분들은 이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바이든은 우리를 곤경에 빠뜨린 사람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엔 2016년 대선에서 자신에게 70%의 지지를 보냈던 플로리다의 은퇴촌 ‘더 빌리지’에서 열린 골프 카트 퍼레이드를 기념하는 영상을 리트윗해 노년층 사이에서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더 빌리지(The Villages)의 위대한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동영상은 그의 지지자 중 한명이 반(反)트럼프 시위대를 향해 “백인의 힘(white power)”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담겨 논란을 일으켰고, 트럼프 나중에 이를 삭제했다.
매주 유권자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하는 ’민주주의 기금 유권자 연구 단체‘(Democracy Fund Voter Study Group)의 로버트 그리핀 리서치디렉터는 고령의 미국인들은 지난해 여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노년층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지미 카터 이후로 첫 민주당 후보 지지” = 애리조나주 스카츠데일의 밥 플로어스(84)는 4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또 다시 그를 찍으려면 “정말 마법과 같은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에 표를 준 것은 힐러리 (클린턴)를 무척 싫어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제이 코팬(68)은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코팬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후로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적이 없다.
그는 “나는 사회적으로 재정적으로 보수주의자이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 동안 일어난 여러 일들을 지지했다”며 연방법관 지명과 규제 해제, 감세, 에너지 정책 등을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유일한 고비는 코로나19 위기와 조지 플로이드 시위다. 그것과 관련해선 리더십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기자회견은 “완전한 악몽”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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