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도쿄 지원… 외국인력 유치” 싱가포르, 홍콩 이탈 자금 빨아들여
한국, 규제탓 외국금융사서 외면… 정부차원 움직임조차 안보여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작업으로 ‘금융허브’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자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의 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각종 규제와 높은 세금 등으로 경쟁에서 한참 뒤처진 모양새다. 이번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허브 경쟁에서 가장 적극적인 것은 일본이다. 1990년대 초 거품경제가 폭발한 이후 수차례 국제금융도시 구상을 밝혔지만 이번이야말로 ‘기회’라는 기대감이 높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월 1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이 홍콩의 금융 전문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금융 중심지로서 도쿄의 매력을 강조하면서 홍콩 등 외국 인력의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답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경제성장전략본부는 아베 총리의 발언 뒤 ‘국제금융도시 도쿄’를 만들기 위한 성장전략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금융인재가 체류 자격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제학교를 유치해 해외 인재 가족의 교육과 의료 환경을 정비할 것을 촉구했다.
싱가포르는 이미 홍콩에서 이탈한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중앙은행 격인 싱가포르통화청(MAS)에 따르면 4월 싱가포르 비거주자 예금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620억 싱가포르달러로 1991년 이후 최고치다. MAS는 “지난해 중반 이후 홍콩을 포함한 외국으로부터 광범위한 예금 증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차기 금융허브 후보로 제대로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다. 올해 3월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내놓은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은 세계 33위에 그쳤다.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도쿄 베이징 등 아시아 도시들이 3위부터 7위까지 휩쓴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결과다. 2003년부터 ‘동북아 금융허브’를 주창하며 해외 금융기관 지역본부 유치를 추진했지만 오히려 해외 금융사들은 발을 빼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168개였던 국내 진입 외국계 금융회사는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162개로 줄었다.
해외 금융기관들은 불투명한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 언어 장벽 등을 이유로 한국 진출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들은 2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주 52시간 적용으로 해외 지점과의 업무 협조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법인세 최고세율도 한국은 25%로 싱가포르(17%), 홍콩(16.5%)보다 높다.
뒤처진 레이스를 만회하려는 정부 차원의 대응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 부산시가 해외 금융회사들을 접촉하는 등 유치 마케팅에 나선 정도다. 지난달 27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 정부가 수도권 인구 유입 억제를 위해 수도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점도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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