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67)과 닮았다는 이유로 검열 대상에 오르고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차단당한 성악가가 오히려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30일 시 주석을 닮아 고충을 겪는 중국 성악가 류커칭(63)을 조명했다.
베이징에서 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하며 예술감독 겸 성악가로 활동하던 그는 시 주석과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틱톡·웨이보 등의 중국판 SNS에서 계정이 지속적으로 차단당했다.
현재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류커칭은 47년간 중국과 유럽을 오가며 수십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시 주석을 닮은 외모 때문에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얼굴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60대 남성에, 키는 180cm로 같고, 목소리도 낮은 저음이다. 둘 다 베이징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몇년 전 후난성의 한 관광명소를 찾았을 때는 같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는 바람에 2시간 이상 발이 묶이는 일도 있었다.
류커칭의 사진은 찍는 각도에 따라 시 주석과 거의 똑같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SNS에서도 인기 폭발이다. ‘틱톡’에서만 30만 명 이상이 팔로우 했고, 그의 성악 강연나 공연 영상은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신중국 창건 70년이던 작년부터 그의 틱톡 계정이 돌연 삭제되기 시작했다. 프로필 사진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빨간 넥타이에 정장차림인 그의 프로필 사진은 영락없는 시 주석이었다. 결국 노란색 모자를 쓴 사진으로 프로필을 바꾼 후에야 다시 틱톡 계정을 개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4만1000명이 팔로우하는 새 틱톡 계정도 정지되고, 웨이보 등 다른 SNS 계정은 댓글 기능이 차단됐다. 한 네티즌은 “댓글을 달기가 무섭다”고 했다.
지속적인 검열에 류커칭은 “나는 그저 평범한 예술가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류커칭은 개인증명 자료를 다시 제출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시 주석은 집권 2기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검열을 노골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18년 디즈니의 ‘곰돌이푸’의 신작 영화가 중국에서 상영허가를 받지 못했는데, 당시 당국은 불허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곰돌이푸가 시 주석을 풍자하는 소재로 쓰이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인터넷에서는 시 주석이 곰돌이푸와 닮은꼴로 희화화된다. 2013년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 했을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장면이 곰돌이 푸와 비교돼 인터넷에서 화제 된 바 있다.
중국 검열 전문가인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제니퍼 판 조교수는 “중국의 통제 개념이 전략적 목적을 넘어섰다”며 “시진핑 시대에는 통제를 위한 통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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