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올 11월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국·일본 등과의 동맹을 해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볼턴 전 보좌관은 2일 보도된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정치나 가치관에 근거한 관계가 아니라 금전관계에 따른 거래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2기가 되면 정말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2국 간 동맹에서 탈퇴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군의 일본 주둔에 따른 양국 간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볼턴 전 보좌관이 최근 펴낸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을 현 수준의 약 4배인 연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로 증액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작년 7월 볼턴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그 “이유”를 일본 측에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일 양국을 비롯해 미군기지가 있는 모든 지역에 대한 미국의 동맹관계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일본에 요구한 연 80억달러에 대해선 “미 국방부가 다양한 요소에 근거해 산출한 금액으로서 이전엔 포함되지 않았던 많은 요소를 (미군 주둔) 경비로 간주하려는 것”이라며 “그러나 각국의 방위산업 상황이나 무역관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작년 9월부터 한국 측과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일본과도 연내 주일미군 경비 관련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미 정부의 한국과의 협상 초기 현 수준의 약 5배인 최대 50억달러(약 6조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나토 회원국들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지 않으면 탈퇴할 수도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볼턴은 “동맹관계에 금전적 거래를 끌어들이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수법”이라며 “그러나 외교정책은 동맹국과의 외교관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돈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인 대다수가 동맹국이 더 부담해주길 바라고 있으나 ‘중요한 건 돈이다. 미국은 용병이다’는 식의 거래는 거절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미군) 경비에 관한 논의는 부담의 공평성이 아니라 동맹관계의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중국의 세력 확장을 이유로 “지금 미국은 동맹을 약화할 때가 아니라 강화하고 가치관을 공유하는 다른 우호국을 찾을 때”라면서 “동맹에 의문을 던지기엔 최악의 타이밍”이라고도 말했다.
볼턴은 ‘경비 증액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미군 철수시킬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엔 “그게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방식”이라며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정권 내 고위 관료들 중에 그 생각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이 다른 모든 것을 우선한다. 전략적 신조나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책적 관점이 있는 게 아니다”며 “그래서 트럼프 2기에 벌어질 일을 우려하고 있다. ‘다음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서 해방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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