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성착취 ‘포주’ 기소장 보니…“덫 놓아 미성년 유인”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3일 13시 49분


엡스타인 동반해 쇼핑·영화 관람
친분 쌓은 뒤 성착취 행위 정당화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에서 포주 역할을 한 전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58)이 2일(현지시간) 체포됐다.

영국 사교계 인사인 맥스웰은 엡스타인이 지난해 7월 체포된 이후 종적을 감췄다. 이날 미 수사당국은 그가 그동안 뉴햄프셔주의 고급 주택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17장에 달하는 공소장에 미성년 여성 유인, 성범죄 공모, 위증 등 6개 혐의를 명시했다. 1994~1997년 사이 미성년자를 유인해 엡스타인의 학대를 공모한 게 핵심 내용이다.

맥스웰의 범죄 행위는 아동·청소년을 유인해 길들여 성적 착취를 하는 그루밍(groomimg) 성범죄의 전형이다.

FBI는 공소장에 맥스웰이 어떻게 미성년자들을 엡스타인에 유인했는지 상세한 내용을 담았다.

문서에 따르면 맥스웰은 피해자의 생활, 학교, 가족 관계 등을 물어보며 신원을 파악한 뒤 친구로 삼았다. 맥스웰은 엡스타인을 동반해 이들과 쇼핑을 가거나, 영화를 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맨해튼에 있는 엡스타인의 고급 별장, 플로리다에 있는 사유지, 뉴멕시코에 있는 엡스타인의 목장, 영국 런던의 맥스웰 별장 등까지 미성년자들을 데리고 다니며 친분을 쌓았다.

FBI는 “맥스웰은 (피해자에) 덫을 놓았다. 그는 피해자들이 믿어도 되는 여성인 척 했다”고 비난했다.

관계가 진전되면 맥스웰은 이들과 성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FBI는 “맥스웰은 피해자들 앞에서 옷을 벗고, 이들이 옷을 벗을 때 동석했다. 엡스타인이 성착취 범죄 현장에 함께 하며 이같은 행위를 정당화했다”고 공소장에 썼다.

자신이 먼저 엡스타인을 마사지하며 피해자들에 이같은 행위를 종용하기도 했다. 몇몇 경우에는 자신이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했다고 FBI는 명시했다.

맥스웰은 영국의 미디어 거물인 고(故) 로버트 맥스웰의 딸이다. 영국 왕가와도 친분이 두터운 유명 사교계 인사로 정치, 예술, 과학 분야 등 전 세계의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교류했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으로 영국과 미국 국적을 보유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서도 맥스웰은 종종 등장한다.

엡스타인 사건의 피해자인 버지니아 주프레는 관련 소송에서 맥스웰이 자신을 유인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와의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맥스웰의 체포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며 “매일 나는 그의 체포 소식을 기다렸다. 그가 사건에 책임을 지길 바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맥스웰의 체포는 이를 위해 한 단계 진전”이라며 “사법부가 우리를 잊지 않았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플로리다에서 미성년자 20여명과 성매매하는 등 수십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체포됐다. 엡스타인의 범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까지 연루됐다는 추측이 나오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같은해 8월 수감 중이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타살설이 돌기도 했으나 부검 결과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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